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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협상 막전막후 “문제는 국내 정치”
하노이 북미협상 막전막후 “문제는 국내 정치”
  • 왕선택 YTN 통일전문기자
  • 승인 2019.07.04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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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의 결렬 - 미국 국내정치가 외교에 영향을 미쳤다

 

2019년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가 외교 협상장에서 어떤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될 만하다. 회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부터 회담이 결렬되고 난 이후 후유증을 겪는 과정에서도 국내 정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사례였다.

 


외교 정책 결정에서 국내 정치 요인이 변수가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또는 주요 국가 경축일 등 국내 정치일정이 외교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대통령은 임기 4년 가운데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선호하고, 후기에는 유연한 대응을 선호하는 추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과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5년 임기 가운데 임기가 바뀌는 시기에 강경 정책을 선호하고, 임기 중간에는 유연한 대응을 선호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국내 정치 일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진행되는 중대한 외교 협상장에서 국내 정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요소가 많다. 대통령 개인의 성격도 문제가 되고, 정파 간 대립 구도 특징이 반영됐을 수도 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2019년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가외교 협상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될 만하다.

회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부터 회담이 결렬되고 난 이후 후유증을 겪는 과정에서도 국내 정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사례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미국 국내 정치와 연계됐다는 표시는 2018년 11월 6일 진행된 미국 중간 선거를 전후해서 노출됐다. 미국 정부가 당시 북한의 고위급 협상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11월 8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은 당초 10월 말에 북미 고위급 협상이 있을 것으로 언급했었다.

10월 말 방문설에 대해서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분야 업적 과시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10월 말이 다가왔지만, 김영철 부위원장 미국 방문 일정은 정해지지 못했다.

결국 11월 5일, 즉 중간 선거를 하루 앞두고 미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이 11월 8일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비핵화 문제를 협의한다고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날짜가 10월 말 추정에서 11월 8일로 미뤄지는 과정을 보면 중간선거 날짜가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김영철 11월 방미 취소와 북한의 계산법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일정이 어렵게 잡히고, 또 발표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흥행 기간은 사흘에 불과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예상대로 2018년 11월 7일 오후 베이징 발 뉴욕 행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6일 오전에 갑자기 예약이 취소되면서 일정 변경 가능성이 거론됐다.

미국무부는 7일 성명을 내고 김영철 부위원장 미국 방문 일정이 연기됐음을 밝혔다. 국무부는 협상 내용과 관계없이 순전히 일정 조정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곧 새로운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다음 해로 넘어갔다. 김영철 부위원장 방미 취소 사태는 북한이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북한은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또는 패배 이후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매달릴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간선거 일정을 계기로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해 미국 양보를 기대하고 북미 고위급 협상에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물밑 접촉을 통해 제재 해제와 관련해 양보를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미국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회담 날짜와 미국 정치 일정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2월 중순이나 하순을 지목한 배경에도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반영됐다.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결과 연방 상원에서 미국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가 유지됐지만,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참패했다. 하원 의석 435석 가운데 민주당은 194석이 235석으로 늘어서, 과반수인 217석보다 18석을 더 많이 얻었다. 반면에 공화당은 241석에서 199석으로 줄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하원 다수당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 등 입법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제기했다.

연방 정부 임시 폐쇄 상황과 불법 이민자 입국 차단을 위한 장벽 건설 논란, 러시아 측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루는 로버트 뮐러 특검 활동 등을 중요 정치 쟁점으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공격 개시 시점은 새로운 의회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2월이었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개최하기로 한 것은 민주당의 공격을 예상하고 방어하는 수단으로 채택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19년 2월 17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실패를 거듭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35일간 지속된 연방 정부 폐쇄 결정을 스스로 철회하는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이런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 독재자와의 담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계산과 청문회 날짜 변경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연방 하원이 주최하는 공개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적, 그리고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증언하는 일정은 워싱턴에서 극적인 관심을 유발했다.

청문회 일정은 당초 2월 7일이었다. 그러나 코언 변호사 요청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이에 따라 바뀐 날짜가 2019년 2월 28일과 29일 이틀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하노이 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는 날이었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을 의식해 청문회 날짜를 지정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 일정과 관련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그리고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뒤에도 민주당을 강하게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외국에서 중요한 정상회담을 하는 기간에 워싱턴에서 청문회를 진행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고, 정상회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시작 시간이 저녁 6시 30분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북한과 미국 정상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2월 27일 열렸는데, 특이한 점은 일정이 저녁 6시 30분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저녁에 시작했기 때문에 첫날에는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하지도 못하고 만찬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전날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후 3시나 4시에 만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런가? 미국인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노이와 워싱턴은 12시간 시차가 나기 때문에 하노이에서 저녁 6시 30분이면 워싱턴은 아침 6시 30분이다. 하노이에서 오후 4시쯤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일정 자체는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만, 미국 워싱턴 시각은 새벽 4시로 미국 시청자들은 두 정상의 첫 만남 장면을 외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대한 많은 미국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행사 시작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트럼프 진영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만찬 시각인 7시를 넘길 수는 없기 때문에 6시 30분이 지목된 것이다. 철저하게 미국 국내 정치를 의식한 사례다.

 

몸은 하노이에, 마음은 워싱턴에

2월 27일 만찬을 마치고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올렸다. “훌륭한 만남이었고, 만찬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화가 다음 날 지속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만찬을 종료한 이후 의례적이고 상식적인 언급이다. 그러나 다음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원 공개 청문회와 관련해 코언 변호사는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라면서 극렬하게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 변호사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국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대부분 코언 청문 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하노이 정상회담을 상대적으로 외면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행보는 몸은 하노이에 있지만, 마음은 워싱턴의 코언 청문회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미국의 계산법에 분노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중심으로 대응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은 2월 29일 새벽 0시를 넘긴 시각에 리용호 외무 상의 긴급 기자회견과 최선희 부상의 추가 발언, 그리고 3월 15일 평양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주재한 기자 회견에서 미국의 협상 태도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최선희 부상은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과 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 등의 결과물을 만들기보다는 오직 저들에게 정치적으로 득이 될 수 있는 결과물들을 따 내면 그만이라는 것이 미국 측의 계산이었다고 주장했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단지 협상 자체 와 그를 통한 결과 그리고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시한 계산법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비난과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 통령에게 합의문 서명 거부를 제안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국내 정치 차원 에서 이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주류 언론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북한과 나쁜 거래를 하기 보다는 협 상 결렬이 더 낫다면서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 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외교 협상에서 국내 정치요소의 변수 고려해야

국내 정치 일정이 외교 협상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표현됐다.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또는 중간 선거 결과를 예상 하고 그에 따른 대응으로 북한과의 협상 일정이 정해지 는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외교 협상이 국내 정 치에서 정치 쟁점으로 활용될 수 있고, 일단 쟁점이 되 면 국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간다는 점이 거듭 확 인됐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참모는 국내 정치 차원에서 외교 협상 결과를 판단한다는 점도 잘 드 러났다.

외교 협상에서 국내 정치 요소가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 은 형식적으로 옳지 않은 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는 외교 협상을 분석하거나, 외교 전략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국가 이익 개념에 근거한 전 략 분석도 중요하지만, 국내 정치 요소에 대한 고려도 절반 정도, 또는 절반 이상의 중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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