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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사업가들 “장마당은 인민의 귀중한 자산”
탈북 여성 사업가들 “장마당은 인민의 귀중한 자산”
  • 홍석근 기자
  • 승인 2024.03.20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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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 장마당 거리 모습.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 거리 모습.

북한에서 식당과 맥줏집을 운영하거나 한국 TV 드라마를 담은 CD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했던 탈북 여성 3명이 워싱턴을 방문해 “장마당은 인민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19일 미국민간단체 디펜스포럼 주최 행사에 참석한 탈북 여성 사업가들의 이 같은 증언을 전했다.

이날 양강도 직물공장 노동자였던 김행운 씨는 고난의 행군 이후 생존을 위해 중국 접경지역에서 밀수와 제과 장사를 하다가 조선족 사업가를 만나 시장경제에 눈을 뜨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상상도 할 수 없던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의 시장판에선 거래처와 신용만 있으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통망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한 장사의 비결”임을 사업을 통해 터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운 씨는 그러나 이런 북한 여성들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전후로 당국이 돈을 많이 번 사업가, 외국산 상품을 다루는 상인들, 한국산 드라마를 공급하던 상인들을 체포하고 평범한 아낙네들에게 적게는 1년, 많게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려 공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혜산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배유진 씨는 장마당에서 몰래 구입해 접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뒤 큰 매력에 빠져 아예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탈북한 배 씨는 “매일 새로운 드라마를 과일 박스 속에 숨겨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여왔다”며 그러나 주민들의 수요가 날로 커지자 북한 내에서 이를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유진 씨는 그러나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돼 한국 드라마 유포자가 공개처형까지 당하자, 위험을 느껴 사업을 접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0년 12월에는 유포자에 대한 사형 등 처벌을 크게 강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VOA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올해 정기 보고서에서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비상방역법 등 새로운 법률을 가혹한 처벌과 공개재판을 통해 시행해 표현의 자유와 기타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유진 씨는 한국 드라마 관련 사업을 접은 뒤 중국산 중고 옷 판매, 목재·약초 수출 등으로 다시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물을 차곡차곡 받던 당국자들이 돌변해 자신을 ‘비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깊은 시골로 추방하면서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갖게 됐다고 증언했다.

평양에서 식당과 맥줏집을 직접 경영했던 김지영 씨는 북한에서 뇌물 없이는 장사나 사업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지영 씨는 “어떤 뇌물을 얼마나 바치고 간부들에게 달러를 얼마나 주는가에 따라 없는 죄도 생기고 있는 죄도 없어지는 게 북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VOA는 보도에서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보고서’에 북한이 뇌물 등 부패 문제를 주요하게 지적됐다고 전했다.

유엔의 ‘반부패협약’에 따르면 뇌물은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부정부패의 전형으로 관리들의 비리를 조장하고 공정한 경쟁을 막는 등 사회 발전을 막는 병폐 요소이다.

지영 씨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은 꿋꿋하게 버티며 가족의 삶을 지켰다며 북한의 종합시장은 “인민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탈북 여성들은 행사 후 VOA에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생존에 거의 100%를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북한 주민이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탈북 여성들은 특히 시장은 물건뿐 아니라 정보가 역동적인 곳이라며 북한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을 구실로 장마당과 외부 정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주민의 삶보다 정권이 우선이란 속내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유엔 한국 대표부의 김상진 차석대사가 이 행사 개회사를 통해 “팬데믹을 이유로 한 장기간의 국경봉쇄와 북한 내 통제 강화로 인해 북한 여성의 삶이 얼마나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를 지적하고, 장마당 등에서의 활동을 통해 변화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의 저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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