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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곡판매소, 상품 다양화, 가격 차별화로 소비자 확보 나서
북한 양곡판매소, 상품 다양화, 가격 차별화로 소비자 확보 나서
  • 홍석근 기자
  • 승인 2024.03.1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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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내기 장면(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모내기 장면(조선중앙TV 캡처).

2년 전 가동을 시작한 북한 양곡판매소가 수급받은 곡물을 주민들에게 단순히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곡물 도정과 가공에 따라 판매 상품과 가격을 차별화해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국가 주도의 곡물 수급을 목적으로 2021년 시범 도입되어 2022년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북한의 양곡판매소는 협동농장에서 양곡을 수매 받아 장마당 가격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허용된 국영 유통망이다.

RFA에 따르면 12일 익명의 소식통이 “올해 은산군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양곡 종류가 30가지 넘어섰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양곡은 쌀과 옥수수, 감자, 콩으로 한정됐으나 2022년 김정은 총비서가 농업 재배 작물을 밀·보리로 늘리도록 강조하면서 밀과 보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쌀과 강냉이(옥수수), 콩, 감자에서 밀·보리까지 7가지 품종의 곡물이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곡물 도정과 가공에 따라 곡종(곡물품종) 가격이 다르게 제시되며 품목이 늘어났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쌀의 경우 도정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지난해만 해도 은산군 양곡판매소에서는 8분도 도정 미를 ‘입쌀’ 상품으로 판매했지만 올해는 백미 입쌀을 1분도에서 10분도까지 분류하고 가격을 차별화해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선호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강냉이 쌀도 가공 상태에 따라 굵은 강냉이 쌀, 가는 강냉이 쌀로 분류되고, 밀·보리도 통보리와 납작보리로 분류되어 가격을 다르게 표시한 가격표를 양곡판매소 문 앞에 걸어놓아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현재 평안남도 은산군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10분도 백미 1킬로 가격은 북한 돈 5,800원 (0.66달러), 8분도 백미는 5,500원(0.63달러), 5분도~7분도 백미는 5,100원(0.58달러), 현미로 구분되는 2분도 쌀은 4,800원(0.55달러)이다. 도정도가 올라갈수록 찰진 쌀로 가격이 비싸며, 도정도가 낮을수록 밥량이 불어나지만 밥맛이 떨어져 가격이 싸진다.

RFA에 따르면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해와 달리 정주시 인민위원회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 가보면 장마당 쌀 매대보다 곡물 종류가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양곡판매소 곡물 가격은 장마당과 비슷하거나 조금 싸지만 곡물 종류가 많아지고 가격도 다양해 소득에 따라 비싼 쌀을 사먹거나 눅은 보리쌀을 사 먹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만 해도 두부콩 한 가지만 팔았지만, 지금은 두부콩과 당콩(강낭콩)으로 콩종류가 분류되고, 두부콩은 다시 국산과 수입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당콩은 줄당콩(가을수확종)과 앉은 당콩(봄수확종)으로 분류되고, 줄당콩은 다시 붉은 당콩과 흰줄 당콩 등으로 분류해 품종과 가격을 차별화한 간판을 양곡판매소 문 앞에 붙여 놓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국이 곡물 종류를 늘리고 가격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은 장마당을 통해 유통되던 곡물 판매자금을 중앙은행으로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양곡판매소의 운영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RFA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 수급에는 국가 식량 배급제와 양곡판매소가 공존하고 있다. 국가 식량 배급제는 1990년대 경제 위기 이후 권력층을 대상으로 제한 운영되고 2021년 양정법이 개정되어 국영 유통망으로 지정된 양곡 판매소는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협동농장이 국가에 쌀을 수매할 경우 1킬로 44원(2002년 7.1조치로 규정)을 받지만 장마당에 넘기면 1킬로에 5천원을 받는 현실에서 협동농장 간부들은 개인과의 거래를 선호하고 있어 양곡판매소에 정부가 공급해야 할 곡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양곡판매소가 농장에서 곡물을 장마당 가격(킬로당 5000원, 0.62달러)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장마당가격보다 100배 이상 싼 가격(킬로당 44원, 0.006달러)이어서 농장은 양곡판매소보다 개인에게 곡물을 팔고 이 곡물이 암암리에 거래되므로 돈이 당국으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양곡판매소는 현재 곡물 유통의 절반 정도를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 수매 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인상되지 않으면 정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가 곡물 수급을 독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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