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월 15일 열린 제14차 최고인민회의 제10차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통위)를 폐지하고 “삼천리금수강산”이나 “8000만 겨레”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같은 민족이 아닌 “남”이라는 선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결코 남일 수 없다. 남북 모두 음력 설을 쇤다는 것도 한 이유다.
다만 남에서는 설이 가장 큰 명절에 해당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의 ‘4대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정권 수립일(9월9일),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이다. 또 ‘7대 명절’을 꼽기도 하는데, 이는 4대 명절에 국제노동자절(5월1일), 해방기념일(8월15일), 헌법절(12월27일)을 더한 것이다.
음력 설는 1967년 김일성의 ‘봉건잔재 일소’ 지시에 따라 폐지했다가 1972년 남북대화 시작이후 대외선전 목적으로 성묘 등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1986년 김정일이 ‘조선민족 제일주의’를 주창하면서 1989년부터 한식, 단오, 추석, 음력 설이 민속 명절로 부활돼 휴무일로 지정됐다. 2003년부터는 설 당일부터 사흘간을 공식 연휴로 지정했다.
중국도 음력 1월 1일 춘절(春節)이 최대 명절이지만 문화는 많이 다르다. 반면 남과 북은 어떤 정치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증거는 설 문화의 유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도 설날 세배 문화가 있고 떡국을 먹으며 민속놀이를 즐긴다.
북한에서도 기본적으로 설날이 되면 조리법은 다르지만, 우리처럼 떡국을 끓여 먹는다. 우리와는 달리 꿩고기를 넣어 육수를 끓이고, 꿩고기를 구하지 못하면 ‘꿩 대신 닭’이란 말처럼 닭고기를 넣어 끓인다. 또한 개성지역에선 조랭이떡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쌀농사를 짓기 어려운 함경도, 평안도 등 북쪽 지역에서는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는다. 만둣국뿐만 아니라 명을 길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아 국수를 먹는 집들도 있다.
남한에서 추석에 빚는 송편을 북한에서는 설에 먹는다. 콩으로 속을 채우는데 이 밖에도 강정, 약과, 수정과, 식혜 등 형편에 따라 다과를 즐겨 먹는다.
설날이 되면 민속놀이를 즐기는 것도 비슷하다.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윷놀이를 하거나 제기차기, 줄넘기, 연날리기, 널뛰기, 팽이치기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민속놀이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