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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공동관람한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무엇?
북러 공동관람한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무엇?
  • 홍석근 기자
  • 승인 2024.02.01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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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성 이사악 성당 앞에서 경계하고 있는 소련 대공포.
레닌그라드 성 이사악 성당 앞에서 경계하고 있는 소련 대공포(위키백과).

29일 북한 평양 대동문영화관에서 북한러시아친선협회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공동으로 영화감상회를 열엇다. 상영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진 독일과 소련 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방전을 다룬 기록영화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이다. 1시간 3분 길이의 이 영화는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끝난 해인 1944년에 소련에서 제작됐다.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1년 9월 8일부터 1944년 1월 27일까지 871일 동안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그 근방에서 나치 독일, 핀란드와 소련 간에 벌어진 전투, 즉 '레닌그라드 공방전' 또는 ‘레닌그라드 봉쇄’(блокада Ленинграда, blokada Leningrada)에 관한 것이다.

871일간의 봉쇄기간 동안 독일군은 공중폭격 10만 7158발, 포탄 14만 8478발을 레닌그라드에 쏟아부었다. 거의 하루에 300발 꼴이다.

독일군의 포위로 보급이 끊긴 뒤 레닌그라드의 시민들의 삶은 매우 처절했다. 빵 배급량은 하루 125g까지 줄었고 난방 연료인 석탄이나 석유, 가스의 공급도 끊겼다.

영양실조로 인해 괴혈병이 돌기 시작하자 소나무의 솔잎에서 비타민 성분을 채취해 배급했고, 밀가루의 부족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 호수에서 격침된 수송선에서 인양한 썩은 밀가루와 톱밥, 목화 씨 등 평소에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재료로 사용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방이나 신발을 푹 끓여서 젤리로 만들어 먹기도 했고, 쥐나 곤충을 잡아 먹거나 들판에서 캐낸 풀이나 나무에서 벗겨낸 나무껍질로 연명하기도 했다. 도로를 제외한 공터들에 빼곡히 심어서 재배한 양배추를 맹물에 끓여서 썩은 빨래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억지로 먹기도 했다.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는 식인 행위까지 벌어졌다. 1942년 2월에만 600명이 식인 행위로 체포되었다.

레닌그라드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모스크바 방어에 사용할 곡사포와 박격포 1,000문, PPS-42 기관단총 4만 5천 정을 만들어 냈고, 이 무기들은 독일군 진지선을 넘어 레닌그라드 밖으로 공수되었다. 

봉쇄가 풀리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지만 포위 기간 총 64만 9천여 명의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추위, 굶주림, 질병, 독일군의 폭격이나 포격으로 사망하거나 의용군으로 동원되어 전사했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100만 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도 한다.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봉쇄가 시작될 즈음 〈7번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레닌그라드에 거주했기 때문에 〈레닌그라드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봉쇄 이듬해인 1942년에 초연이 이뤄졌는데 ‘파시스트의 위협에 대항해 단결한 모든 국가의 인내와 생존 정신의 상징’으로 그 해에 미국에서 무려 62차례나 연주됐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서방에서는 레닌그라드 봉쇄와 승리도 잊히고 말았다. 당시 소련은 연합국의 일원이었고 레닌그라드도 연합국 지역에 속했지만 기나긴 냉전의 기간 동안 소련은 서방세계 공동의 적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레닌그라드 봉쇄가 풀리고 시민들이 해방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영화 상영 배경으로 레닌그라드 해당 80주년을 들었지만 사실 그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처럼 고립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는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의 현재 바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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