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전 세계 자연생태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1989년 베를릴 장벽 해체 이후 동서독 접경지역의 ‘그뤼네스 반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겸임교수(춘천MBC 전 보도국장)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전협정 70주년, 한반도 비무장지대 생태계 남북협력 방안’을 <KEI북한환경리뷰> 2023-2호에 기고했다.
2023년은 휴전 70주년 된는 해였다. 남과 북의 경계선인 비무장지대는 그 기간만큼이나 고요와 평온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DMZ에서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자연생태문화유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부전선인 고성부터 중부전선인 북한강 상류까지 DMZ에는 살아있는 자연의 화석인 산양이 1,000여 마리가량이 서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사는 고라니도 DMZ에서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라니는 사향노루와 함께 가장 원시적인 고대형 사슴의 1종으로 꼽히며 지역에 따라 복노루, 약노루, 북한에서는 복작노루로 불린다.
그밖에도 DMZ에는 수달이나 황쏘가리, 어름치, 삼지구엽초, 금강애기나리, 금강초롱 같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보전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간 DMZ의 자연과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북한과 지역주민의 제대로 된 동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DMZ 생물권보전지역(Korea DMZ Biosphere Reserve)’ 지정 결정이 유보(deferral)되었다.
저자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상된 당연한 결과라면서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동서독에서 접경지역을 ‘그뤼네스 반트’로 만든 것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서독의 ‘자연보존연맹(Bund Naturschutz)’을 중심으로 약 1,400km에 이르는 동서독 접경지역의 자연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같은 해 12월 9일 자연보호연맹이 ‘그뤼네스 반트’, 이른바 ‘그린벨트’ 구상을 최초로 제창했고, 이는 국가사업으로 채택되었다.
글에서는 남북한도 더 늦기 전에 통일된 동서독처럼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대해 제대로 된 야생동식물 조사와 공동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무장지대의 귀중한 생태계는 한국전쟁이 남긴 뜻밖의 유산이며 이 유산은 우리 민족을 넘어 전 세계 분쟁지역에 전하는 평화와 생태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한국전쟁의 대가, 한반도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전 세계 자연생태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각각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에서 바라봤던 비무장지대의 반쪽 생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