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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산협력 사례 -금강산 성북리 통일돼지 이야기
남북 축산협력 사례 -금강산 성북리 통일돼지 이야기
  • 김준영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김준영동물병원 원장
  • 승인 2019.07.04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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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통일농수산사업의 일환으로 방북하여 남북협력으로 양돈장 건설에 참여한 수의학자
김준영 원장의 남북 축산협력 이야기.
북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양돈장에서 입식도니 남쪽돼지가 아기돼지 11마리를 낳았다. (사진: 김준영 원장 제공)
 
2006년 4월 7일, 북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양돈장에서 남쪽 돼지가 북쪽 금강산으로 입식된 지 꼭 6개월 만에 아기 돼지 11마리가 태어났다. 

이는 2005년 10월 7일, 남한 종돈장 (주)다비육종이 기부한 후보돈(候補豚) 24두와 듀록 웅돈(수퇘지) 2두가 교배하여 탄생한 첫 새끼 돼지인 것이다. 

지난 2006년 4월 6일. 나는 통일농수산 양돈사업팀장 자격으로 (현재 통일농수산 이사)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을 방문하였을 때 분만 예정인 초산 모돈이 새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분만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다음 주 초 4월 10일에 현대아산을 통해 전달된 팩스내용은 4월 7일 저녁 늦은 시간에 성북리 양돈장에서 새끼 돼지가 태어났는데. 총 11마리이고 평균체중이 약 1.3kg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때 통일농수산사업단 일행이 찍은 새끼 돼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니 첫 번째 통일돼지는 감격 그 자체였다. 첫 번째 ‘통일돼지’ 11두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이 분들의 노력들을 되새기면서, 아울러 통일돼지의 탄생 13주기를 맞아 북한 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및 금천리 그리고 삼일포리에 펼쳐졌던 금강산 양돈사업을 돌아본다.

양돈사료 보낸 인연으로 북한에 양돈공장을 짓게 되다 

남측은 북한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성북리에 양돈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3년과 2004년에 (사)통일농수산사업단(통일농수산포럼)이 북측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를 통해 양돈 사료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도드람양돈조합이 2009년 5월까지 사료를 정기적으로 공급했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도드람양돈조합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04년 12월, 북한 강원도 땅 북고성군 고성읍에 ‘성북리 양돈장’을 건평 100평, 상시 사육두수 280여 두 규모로 짓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2005년 4월 바닥공사에 착수, 6월 기초공사 자재에 대한 승인요청을 했고, 7개월 만인 2005년 10월 초 완공했다.  

2005년 7월 중순경 토목 및 건축기초공사용 자재가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2005년 8월 중순에는 남측이 시공기술자를 파견했다. 2005년 10월 초 북측 강원도 인력과 함께 공사를 했고, 기존 양돈장 옆에 신축 돈사를 완공하였다.

특히 별도의 사무실과 교육동을 마련해 남측의 양돈 기술을 공유하여 양돈전문기술인력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돼지는 육로로, 고성에서 금강산 쪽으로 들여보내 

나는 이해 8월과 9월에 성북리 양돈장을 방문하여 양돈장의 북측 직원 4명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남측 입식 돼지에 대한 설명과 방역개념을 가르치고, 면담을 통하여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때 북측 양돈장 직원들은 열심히 메모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일과표를 만들었다.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여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정해진 시간에 청소, 사료주기, 기술학습 등을 하며 양돈장을 관리했다.  

이어 2005년 10월 7일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남북한의 검역절차와 반출절차를 통해 남한의 종돈장인 ㈜다비육종이 지원한 종돈 26두가 -웅돈(수퇘지) 2두, 후보돈(암퇘지) 24두- 북쪽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에 도착하였다. 

 
돼지는 고성 쪽에서 육로로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돼지는 이동 차량에서 하룻밤을 재우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새벽 2시에 경기도 이천 종돈장 (주)다비육종에서 당일로 보냈다. 

안 해본 일은 못 한다는 북측 

질병 없는 돼지를 금강산에 보내려면 가장 높은 수준의 방역을 하는 종돈장이 필요했다. 혈청 검사는 내가 직접 해서 보증했다. 


어미 돼지는 랜드래이스와 요크셔 각 1마리와 교잡종 등 24마리인데 랜드래이스는 새끼를 많이 낳는다. 방역은 철저하게 했다. 고성을 지나 금강산으로 오갈 때 소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이 검역과정은 양 당국자의 협조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북쪽으로 가는 돼지들이니 방법과 절차가 없었다. 국가 간 동물의 이동은 반드시 검역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남과 북은 그런 규정이 없었다. 검역이라는 말도 북측에서는 쓰지 않는다.

결국 검역을 검역이라고 하지 못하고 반입반출 하는 것으로 했지만, 서로 전례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금강산에서 북측 수의사를 만나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였으나 “안 해본 일은 못 한다”며 난감해했다. ‘통일에 무슨 전례가 있는가’라고 생각하며, 갖은 방법으로 궁리 끝에 다른 나라의 수출입 규정을 알려주고 공문을 기다렸다.  

그랬더니 딱 한 장짜리 공문이 왔다. 공문 밑에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강원도 원산지구 검역관 아무개라는 도장만 찍어 보내왔다. 수신처도 없고 양식도 없는 공문이었지만 그 한 장짜리 공문을 그래도 공식 문서로 대우해주고 규정에 맞게 질병예방, 백신, 소독약을 같이 보냈다. 

그렇게 선례가 되어 2009년까지 한 장짜리 공문을 사용하였고, 지금도 이 선례가 통용된다. 

이 모든 과정을 도와준 준 당시 농림부 가축방역과 과장과 수의사,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 등 관계 공무원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검역 시행장 지정부터 검역시행, 규정이 없는 검역과정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고생을 많이 한 (주)다비육종 직원에게도 깊은 사의를 표한다. 

이 돼지는 '월북돼지'

이렇게 고생한 보람 속에 남쪽 돼지가 북쪽에 도착하였고 북쪽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북측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남에서 북으로 왔으니 ‘월북돼지’라고 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북측 검역담당 수의사로부터는 “어데서 이런 돼지들을 구해왔습네까. 예술입네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남측에서 돼지를 키워 본 사람은 “북측 돼지가 크는 것을 보면 돼지 같지 않다”고 말할 때였다.  

남쪽은 종돈장이 50여 곳이다. 이곳에서 종축개량을 통해 우수한 어미 돼지를 선별한다.

“남쪽 돼지는 한 배에서 12~15마리를 낳는다”고 했더니, 북측에서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북측에서는 어미 돼지 한 마리가 8~10마리의 새끼 돼지밖에 낳지 못한다. 

북측, 성북리 양돈장 성과 높게 평가

처음 북측 양돈장 사람들은 남측 돼지 품종에 대한 기초지식과 방역의식이 미흡했다. 일지 작성도 서툴고 용지도 조달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1회용 주사기가 부족하여 주사기 하나로 바늘도 바꾸지 않은 채 여러 번 사용했다.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어 예방접종약을 그냥 방안 창가에 놔두고 있었다.  

하지만 곧 북쪽 양돈장 직원들은 공부도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이런 결실로 2006년 4월 7일에 열한 마리의 통일새끼 돼지가 태어나 2009년 5월까지 건강하게 잘 자랐다. 

당시 북측은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남측에 북측 양돈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사)통일농수산사업단은 부족한 재원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북한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부근 금천리 협동농장 일대에 한 곳,  해금강 부근의 삼일포 협동농장 자리에 한 곳 등  2곳에 양돈장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06년 금천리 종돈장을 건설해, 순종돈 56두를 공급하였다. 2007년에는 삼일포리에 2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완공하였다.  

북한 강원도 금강산 지역 성북리 양돈장, 금천리 양돈장, 삼일포리 양돈장에서 2006년 280 두, 2007년 1,000여 두, 2008년 1,400여 두, 2009년에는 약 1,400여 두를 생산하였다.

북강원도 고성군 성북리에 조성된 양돈장

2009년부터 단절된 남북 축산협력

나는 2011년까지 금강산에 잔류했던 현대 아산 직원을 통해서 통일돼지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그 이후는 간접적으로 잘 있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없었다. 2009년 5월까지 공급되던 양돈용 사료마저 끊겨, 북한 내 양돈 관련 사업은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10년 지난 2019년 6월 현재, 북한 강원도 금강산에 돼지를 보냈던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아직은 꿈이지만 곧 현실이 돼, 저 멀리 백두까지 ‘통일돼지’의 꿀꿀 울음소리가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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