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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락원닭튀기' 두고 온 최원호 사장
평양 '락원닭튀기' 두고 온 최원호 사장
  • 전구주 기자
  • 승인 2019.07.0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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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매출 3억원, 평양 최초 배달식 치킨집 '락원닭튀기' 오픈한 최원호 사장의 남북경협 이야기.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 

평양에서 ‘프랜차이즈’ 가능성을 보았다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언제든지 평양 가서 내가 하던 그 장소에서 닭튀기 사업을 재개할 것입니다.”

강서구 방화동 주택가 한쪽에 자리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운 닭요리 전문점이 있다.

건물 벽에 뉴욕타임즈와 BBC방송, 워싱턴포스트에 난 기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크게 걸려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맛대로촌닭’이다.

외래어를 쓰지 않는 평양에서 개점했던 치킨집 이름은 ‘락원 닭튀기’. ‘북한 최초의 치킨 배달 음식점’을 열어 언론의 주목은 받은 최원호 대표.

그는 2007년 6월 평양 모란봉 구역 개선문동에 대한민국 최초의 남북합작 음식점인 닭튀김집 락원을 열어 워싱턴포스트지, BBC방송, NHK 같은 외신들로부터 인터뷰를 요청받는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최 대표는 2005년 무렵 평양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닭은 빨리 큽니다.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최고의 단백질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에 사업을 하면서도 ‘자선’을 행하던 최 대표의 마음이 북한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부터다.

미국, 브라질, 태국 등지에서 닭을 수입, 유통하던 최 대 표는 2005년부터 2년 동안 북한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여섯 차례나 방북했다.

“외국에 달러를 주고 닭고기를 수입하느니 북한을 이용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이란 생각에 평양에 갔지만, 당시 AI와 조류독감 발병 등 수입 여건은 좋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평양에 치킨점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지요.”

지하철 역세권 북새거리에 오픈

최원호 대표의 치킨 프랜차이즈 개설 계획은 남과 북 모두에게 헛웃음만 안겼다.

하지만 최 대표는 ‘KFC나 맥도날도보다 앞서 평양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출하겠다’ 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러 차례 방북을 하면서 점포를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평양에서 제일 요지인 모란봉구역 개선문동의 북새거리, 지하철역 부근이었다.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룰 만큼 많이 다닌다고 해서 ‘북새거리’라 불리는 이곳은 우리로 치면 명동이나 강남역 부근 정도 되는 곳이다.

최 대표가 아파트와 보유하고 있던 건물을 담보 잡아 사업자금으로 마련한 돈은 5억 원 정도.

점포를 15년간 임대 계약하고 한국에서 인테리어 자재, 가전기기, 음식 재료를 인천항을 통해 보냈다.

“사회주의 북한에서 할인쿠폰, 전단지를 만들고 배달서비스를 하는 데 문제가 없었는지”를 묻자, 최 대표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전단지는 남쪽에서 인쇄해 올렸지만 어떤 메뉴를 선정할지,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등은 북한 합작회사 직원과 하나하나 상의했는데 친구처럼 도와 주었다”고 한다.

매장은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북쪽과 남쪽 입맛을 결합한 메뉴인 ‘칠향닭찜’등을 개발하여 문을 열었다.

물론 닭은 북한의 것을 사용했다. 맥주는 ‘대동강 생맥주’였다.

직원은 20여 명에 달했다. 가격은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한 1만 원대였다.

치킨 한 마리 1만원, 연간 3억 원 매출

지금도 북한에선 비싼 가격이겠지만 11년 전 오픈한 ‘락 원 닭튀기’에는 손님은 끊이질 않았다.

가게 주변이 북한 에서는 부촌지역이어서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았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을 받았고,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것이 그 이유 였다.

그는 평양에만 20개 이상, 북한 전체에 100개의 프랜차 이즈 점을 낼 계획도 마련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적어도 15년, 20년 뒤를 바라보고 뛰어든 사업이었으니 그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락원은 330.6㎡(100평) 규모로 최대 1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음식점이다.

북한락원무역총회사와 합작운영 계약을 맺고 15년간 영업권을 보장받았다.

“하루 100여 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이 찾았고, 하루 평균 200마리 정도를 판매했습니다.

초기의 월 매출은 2000만 원을 넘었죠. 수익은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제가 7, 북한이 3의 비율로 나누었습니다.”

2008년에는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2009년에는 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0년 이른바 5.24조치로 우리 정부가 북쪽과의 교류와 경제협력을 전면 중단시키면서 그는 북한 주민의 사랑을 받던 락원닭튀기를 두고 평양을 떠나야만 했다.

“평양을 떠날 때, 북한 종업원들이 글썽이며 꼬깃꼬깃 모은 선물을 손에 쥐어주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2010년 모든 것을 남겨둔 채 서울로 돌아 오자 빚밖에 남는 것이 없었다.

북한 종업원들과 헤어지다.

이후 5.24조치 피해기업 모임인 남북경제협력협회 정숙경 실장과 정청래 전 의원의 도움으로 피해 상황과 억울한 사연이 보도되었다.

단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북한에 두고 온 자산은 담보로 취급되지 않고 대출이자는 폭등했다.

“평양에서 내려온 지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보상다운 보상은 구경도 못 했고요. 지금 월세로 있는 치킨집은 원래 제 건물이었습니다. 딸아이 고등학교 등록금을 못 내 피눈물을 흘린 날의 연속이었지만 후회는 안 합니다.”

최원호 대표는 오늘도 이런저런 이유로 맛대로촌닭집을 찾아온 손님들의 시중을 들면서 직접 배달도 나간다.

배달 횟수는 하루에 10여 차례. 평양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레를 치는 아내 김귀남 씨는 주방 일을 전담하고 있다.

맛대로치킨에는 그동안 북한 사찰을 재건을 지원하다 5.24 조치로 내려온 스님, 고 서영훈 총리, 북한연구 학자 등이 방문한 기록과 사연이 방명록에 빼곡하다.

최 대표는 여기저기 강연 요청도 있지만 본업인 치킨집을 고수한다. 작은 치킨집을 하면서도 그의 마음이 행복한 것은 아내 사랑 때문이다.

“젊은 시절 아내를 등에 업고 63빌딩을 걸어 올라가는 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아내에게 미안 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결국은 꽃을 피워야 하지 않겠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더 이상 실망시키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요.”

“북한 여행이 자유로운 해외 교포와 학생이 가끔 가게를 찾아와서 평양의 가게 소식을 전해줍니다.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가끔 통화를 합니다. 그분이 얼마 전에 평양의 제 가게를 들렀는데 메뉴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더랍니다. 맛도 그대로이고요. 제가 없으니까 북한 정부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이지요.”

다시 평양에 가겠다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갑작스레 정부가 철수 조치를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다시 평양에 진출해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

그의 방화동 가게 앞에는 ‘옹달샘’이라고 해서 오가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정수기를 비치해놓았다.

여름에는 물 값만 15만 원 정도가 나오지만 특히 아이들이 목마르지 말라고 배려를 해서 마련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인근 보호시설의 아이들 20여 명을 불러 치킨 회식을 갖는다는 그는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연속적인 북한과의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나서부터 최원호 대표의 가슴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충남 공주시가 고향인 최원호 대표의 청소년기는 파란 만장했다.

1959년생 돼지띠인 그는 온양중학교를 졸업하고 17세 되던 해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어려운 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하고 구두닦이, 세신사, 건 설현장 잡부, 음식점 배달꾼으로 직업을 바꿔가면서 성공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가 전기구이 통닭을 팔던 친구를 돕던 중 닭 유통으로 전환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 때 백범 김구 선생을 흠모하던 그는 한 갑자를 다 살아낸 오늘에도 또다시 평양을 찾는 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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