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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에 찾아온 평화
조강에 찾아온 평화
  • 이재영 편집국장
  • 승인 2019.07.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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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뱃길 조사 그 후
조강 전경. (김포시 제공)

조강(祖江)은 '한강 하구'의  원래 이름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서 김포군 월곶면(月串面)과 북쪽의 개풍군 임한면(臨漢面) 사이를 흐르는 해협 같은 강줄기는 언제부터 민간 선박이 왕래할 수 없었던 것일까.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남북 공동 수로조사가 이루어진 조강의 의미를 짚어본다. 


한강, 임진강, 염하, 예성강은 하구에서 만나 서해로 흐른다.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황해도를 거쳐 임진강이 한강과 만나는 한강 하구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조강(祖江)”으로 기록되어 있다.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 통일전망대 앞에서 이 강들은 임진강과 만나 흐르다가 북측의 예성강과 어우러져 서해로 빠진다. ‘한강 하구’라고 부르는 이들 4개 강이 만나는 수역의 이름은 1953년 정전협정 이전에 ‘조강’ 이라 불렸다.

조강은 1953년 정전협정 후 지금까지 배가 다닐 수 없는 지역으로 민간 선박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2018년 9월 19일 남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남북한은 군사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조강 수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군사보호구역으로 막혔던 한강 하구 지역에서 지난 해 11월 5일 남북이 각각 10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 강화도 말도∼경기 파주시 만우리 구역(길이 약 70km, 면적 약 280km)의 수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 광경은 6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김포시 전류리 아래쪽으로 우리 측이 항해한 것은, 장마에 떠내려 온 소를 해병대가 진입해 구한 경우 등 몇 번의 예외적인 사례가 있을 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를 마친 후 “남측과 북측 조사인력이 함께 배를 타고 대화를 나누며,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고 말했다.

 

한강하구 공동 이용 수역 (일러스트. 문성근)

 

분단이 만든 장엄하고 도도한 자연

2018년 12월 오두산 전망대 안내원은 “저기는 사람이 다닐 수 없었던 곳”이라며 한강 하구를 가리킨다. 그는 남북 양측이 같은 배를 타고 깃발을 꽂은 채 조사하는 광경을 목격하며 가슴 벅찼던 순간을 관광객들에게 전한다. 65년간 분단으로 어선 한 척 지나다니지 못했던 곳이지만 장엄하고 도도하게 펼쳐진 자연 때문에 걸음 을 멈추는 곳이 바로 여기다.

한강하구 공동 조사결과, 강화도 하구 쪽은 ‘말도에 서 교동도’, 강화도 ‘인화리에서 월곶리’ 앞까지 수심이 2m 이상으로 측정됐다. 또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는 모래톱이 드러나고 수심이 20cm도 안 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초도 21개가 발견되어 배를 띄우기에는 위험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는 해도로 작성되어 2019년 1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북측 조사단장 오명철 대좌에게 전달했다. 65년간 모래가 퇴적되어 평균 수심이 얕아졌고, 북측 임진강과 예성강도 뱃길로 이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 퇴적된 모래는 약 13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서화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한 후부터 지금까지 건설 업자들 사이에서 내려온다.

 

100년 전 30여 포구 북적

조강에 뱃길이 열리면 한강 하구 어민들의 생계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김포 사람들은 조강이 빨리 열리기를 기대한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조강에는 30여 포구(浦口)가 있었다. 지금은 고기잡이를 나갈 때 군부대에 신고를 해야 한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김포 전류리 어로한계선 14km 구간에서 어민들은 새우와 숭어, 웅어, 참게를 잡아 생계를 꾸린다.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는 한강 하구에서 북측과 마주하는 최북단이며 이곳에서 하구 쪽으로 더 내려가면 항행이 금지된 중립수역을 만난다.

4.17선언 1주년을 기념해 정하영 김포시장과 시민들은 배를 띄워 서해 바다로 나가는 ‘평화의 뱃길’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되어 이날 항행은 임진강, 조강이 만나는 세물머리 중립수역을 넘지는 못했다. 중립수역 입구까지 항행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분단 전까지만 해도 조강 주민들은 건너 편 개풍군 조강 리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사실 조강에는 휴전선도 DMZ도 그어져 있지 않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제1조 5항에는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허용하며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도 한강 하구는 남북의 공유 하천이자 국경지역으로 군사적 의미가 없는 민간인의 출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해석한다. 마치 두만강이 중국과 북한 배를 모두 띄울 수 있는 것처럼, 조강도 공유하천인 것이다.

2016년 6월 10일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유엔사 요원, 해군, 해병대, 해양경찰로 구성된 우리 측 ‘민정경찰’이 중국어선을 쫓아냈다. 국방일보에 따르면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정전협정 집행‘ 작전이 수행되었다고 한다.

군사분계선이 없는 중립 수역이기 때문에 중국 어선이 빈틈을 이용해 활개를 치자, ‘이 수역은 유엔사뿐 아니라 북한 측 동의도 받아야 한다.’는 정전협정 추가 합의 서에 근거해 민정경찰이 작전을 펼친 것이다.

 

2018년 11월 5일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 조사 당시, 북측 조사단이 승선하며 윤창휘 공동조사단장고 인사하고 있다.
2018년 11월 5일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 조사 당시, 북측 조사단이 승선하며 윤창휘 공동조사단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김포시 제공)

 

조강은 남북이 다시 만나면 언제든 뱃길을 열 수 있다.

조강을 평화적으로 활용하고 각 지방정부가 협력하기 위해 강화도, 고양시, 김포시, 파주시 등 조강을 둘러싼 4개 기초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김포시는 전류리 포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중립 수역을 만난다. 안갯속에 갇혀있던 뱃길이 열린다는 소식에 ‘배를 저어 중립수역으로 나가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4월 1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김포 한강 하구서 어로한계선을 넘는 민간선박 자유항행 시도가 있었다. 김포시가 시민들과 함께 전류리 포구부터 시암리까지 한강 하구 물길 열기 사전답사 행사를 위해 ‘평화의 배’를 띄운 것이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행사가 끝난 후 “한강과 임진강 그 리고 조강이 만나는 세물머리 중립수역을 넘어가지는 못했지만, 오늘 우리의 간절한 항행은 새로운 시작이다.

한반도 평화물결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조강 하류는 65년간 남북의 군사적 대치로 인간의 접근이 제한되었기에 완전한 자연생태 보존 지역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각종 어류가 넘쳐나고, 희귀 철새가 안심하고 서식한다.

환경단체는 람사르 습지 협약에 조강과 한강 하구를 등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골재 채취보다 자연생태관광지로 조강을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진행된 한강하구 해도 전달. 윤창희 해병대령, 황준 해양수신부 수로조사과장, 오명철 북한 해군대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진행된 한강하구 해도 전달. 윤창희 해병대령, 황준 해양수신부 수로조사과장, 오명철 북한 해군대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국방부 제공)

 

서해의 평화는 조강의 평화와 직결되어 있다.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 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회의로 끝내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열린 오후 회의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한다. 백령도 인근의 공동어로수역뿐 아니라 서해 전체를 평화협력지대로 지정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10.4 남북공동선언’은 중단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 회의도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됐다. 한강하구의 남북 공동이용 논의도 모두 중단되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의 애독서 ‘유러피언 드림’의 일독을 주변에 권했다. 이 책에는 유럽이 각 지역 경계에 흐르는 강을 소유권보다 ‘공유 하천’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강 상류도 조강 하류도 남북한 모두의 강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마주치는 조강에 뱃길이 열리면, 강의 상류 주민과 하류 주민이 서로 협력하여 강을 살리고 평화를 키우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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