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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체성, ‘평화경제’로 찾는다
강원도 정체성, ‘평화경제’로 찾는다
  • 이재영 기자
  • 승인 2019.07.04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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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 정태영)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 정태영)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유엔제재 아래서도 평양을 오가며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남북교류를 선도하기 위해 ‘강원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강원도사’ 편찬 등 분단 강원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곁들이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강원도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도민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와 어떻게 교감하고 있는지, 앞으로 강원도의 도약과 비전을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에 대해, 강원도 지사실에서 최 지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문순 지사는 “분단 전 강원도는 혁신적인 인재를 많이 배출한 한반도에서 가장 개방적인 지역이었다“고 자랑했다. “철원역은 물동량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4대 역이었다. 감리교 하디 목사가 철원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할 정도로 서양 문물도 빨리 받아들였다. 또 3.1 독립선언 민족대표 한용운 선생이 수행한 건봉사도 독립 운동가를 다수 배출했다. 강원도는 이처럼 혁신적인 사상가의 요람이었다.”

이희호 여사가 수행여행 가던 길

남북을 잇는 강원도의 철도와 국도는 지금 비무장지대 (DMZ)를 경계로 대부분 단절됐다. 그러나 오래전 이희호 여사는 여고시절 금강산선을 타고 내금강으로 수행 여행을 갔다. 강원도는 지금 그 길을 복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외금강 70, 내금강 30이라는 말이 있다. 내금강도 외 금강 못지않게 아름답다. 분단 전 내금강 여행은 금강산 선을 이용했다. 분단 전 화천, 양구, 인제군에서 국도를 통해 내금강으로 가는 길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길을 복원하려고 한다. 또 평화의 댐 물을 채우면 배를 타고 내금강으로 갈 수 있다. 내설악과 내금강 지역은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강원도가 협력하여 보전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철원역에서 내금강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강원도 내륙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다. 강원도의 ‘평화 SOC’구상에는 경원선, 금강산선 등 옛길 복원과, 내륙 고속도로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평화를 추구하면 더 나은 미래가 온다.

강원도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다. 지난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분단 후 처음으로 인제 등 몇몇 기초단체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패했다.

최문순 지사는 “지지해주신 도민께 마음의 빚이 있다” 며 ‘평화 본성’으로 설명했다.

“개방적이던 강원도가 한국전쟁 후 각종 규제로, 먹고 살기 힘든 군사보호지역이 되면서 많은 도민이 강원도를 떠났다. 70년 동안 서로 대치하다가 지난해 4.27 정상회담을 보면서 ‘총부리를 겨누는 것보다 평화를 추구 하면 더 나은 미래가 온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창밖을 가리키며 “전쟁이 발발하자 저기 춘천댐 위 38선을 1분 만에 탱크가 밀고 들어왔다. 첫 번째 전쟁 사망자가 강원도민이다. 급하게 청년들을 징집해 집총 훈련을 시켜 전투에 투입하니, 징집자도 사망자도 강원 도민이 가장 많았다. 그 유족들이 강원도에 살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무엇이 남았겠는가.”라고 물으며 “하나인 강원도가 허리가 잘려 변방이 되고 남북대치로 완전히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그 상처가 도민의 삶에 축적되었다”고 덧붙였다.

최 지사는 기자에게 화살머리고지를 꼭 가보라고 권한 다. 철모에 수백 발의 총탄 자국이 있는 곳에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직접 보라는 뜻이다.

지뢰는 다 제거되었는지 묻자, 그는 “안전하게 제거하고 자갈로 덮었다. 화살머리고지와 고성 평화의 길도 일반인이 갈 수 있다. 수색 매복하던 비무장지대에 갔을 때 긴장감이 팽팽했다. 적군과 마주치면 쏴야 했던 곳인 데.... 이제 안 쏜다.”며 활짝 웃는다.

원산 개방 대비해 고성군 가치 끌어올려야

강원도가 추진하는 평화경제의 핵심은 ‘평화 관광’이다. 지난 해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강원도는 고성군을 ‘홍콩형 남북합작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문순 지사는 홍콩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고성군은 남북을 합하면 서울시보다 조금 넓다. 이곳을 홍콩처럼 자유롭게 왕래하자는 것이다. 홍콩의 차량은 중국과 홍콩 번호판 두 개를 달고 다닌다. 우리도 통관절차 없이 두 개의 번호판을 달고 북고성과 남고성을 남북 간 자유롭게 왕래하자는 구상이다”

그러자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강원도가 ‘평화특별자치도’로 지정되어 ‘평화와 투자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고성군의 상전벽해가 당장 실현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강원도는 원산과의 관광 교류를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동해를 관광의 메카로

그는 특히 원산항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방 된 후에 준비하면 이미 늦는다는 뜻일 것이다. 원산 개방 이후에는 다른 차원의 남북강원도 협력이 예상된다. “원산은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일 수 있는 지역이다. 평양에 비해 원산이 국제도시로 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원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원산 갈마지구는 해안포대가 있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국력을 모아 개발해 호텔만 50개 동, 콘도와 온천 포함 100여 개 동을 짓고 있다.”

최 지사는 2020년 4월 15일 태양절에 맞춰 문을 열겠다는 북한의 계획에 대비해 “강원도는 크루즈와 항공을 이용한 원산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는 태평양으로 열린 바다이지만 지금은 분쟁 수역 이다. 원산항이 개방되면 군사적 긴장이 사라지고, 동해는 ‘평화의 바다’로 바뀐다. 강원도는 최근 일본과 크루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이스턴 드림, 일본은 웨스턴 드림으로 함께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꿈이다. 오는 9월이면 한국-블라디보스톡-일본에서 하룻밤씩 묵는 크루즈 항로가 개설된다. 63빌딩보다 큰 16만 톤급 크루즈선이 속초-블라디보스톡-사카이미나토를 운항한다”

강원도는 남북 연결 뱃길(속초~러시아~일본)과 양양공항에서 원산 갈마공항, 백두산 삼지연 공항을 운행하는 평화SOC 계획을 수립했다.

그는 “원산이 열리면 동해는 ‘평화의 바다’가 된다”며 평화협력의 가능성을 바다로까지 계속 확대해 나간다.

“하루씩 유럽과 한국, 일본을 오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항로가 개설되면 ‘동해는 지중해 같은 평화의 바다로 바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면 좋겠다. 북미협상 이전 북한이 동해를 향해 미사일을 자주 발사했다. 청와대 안보실장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고 밤 잠을 설쳤다”

경의선 타고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다녀오다.

최 지사는 “이제는 강원도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남 북화해협력 시대가 오면 강원도의 위상도 크게 올라간다. 강원도 인구는 156만 명, 북강원도를 합하면 300 만 명이다. 고향 떠난 분 약 150만 명이 귀향하면 강원도는 500만 명이 된다. 경제적 위상이 지금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올라간다.”며 ‘통일강원도’의 꿈을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퍼주기’라는 논리에 대해, 그는 “금강산 관광은 퍼주기가 아니다. 현대 같은 기업이 금강산 에 10을 투자하면 9를 가지고 나오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강원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고성군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매년 384억 원, 현재까지 4,16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그는 지난 해 8월 10일부터 열흘간 제4회 아리스포츠 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참석차 경의선을 이용해 평양을 다녀왔다. 이어 지난해 10월 25일에는 북한 선수단이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이동하여 춘천과 인제에서 경기를 가졌다.

최문순 지사는 MBC 사장 재직 시절인 2008년 2월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때 평양을 다녀왔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최문순 지사는 북한을 오가며, 강원도민의 삶과 강원도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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