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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24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북측보다 우리측 피해 훨씬 큰 자해적 조치 [김용구의 사례로 푸는 남북경협]
5ㆍ24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북측보다 우리측 피해 훨씬 큰 자해적 조치 [김용구의 사례로 푸는 남북경협]
  • 김용구 기획위원
  • 승인 2022.01.2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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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분리원칙 위배한 대가, 1천여 경협기업들이 떠안아
통일부의 사업자 및 사업 승인 과정 불투명
담당공무원 잦은 이동으로 전문성 부족, 전담 기구 설립해야
경협 재개 후에도 활성화 위해서는 정부 자세 변화 필요

필자는 지난 해 10월부터 11월까지 남북경협기업들과 사례 조사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인터뷰 대상은 각각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던 기업들로 선정하였다. 이들 기업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남북 경협의 문제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필자도 남북경협을 직접 수행했기에 이들의 경험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우선, 여러 문제들 중 우리 정부의 정책과 경협 관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개성공단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사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개성공단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사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남북 경협 수행과정이나 5.24 조치 등으로 남북경협이 중단된 과정에서 정경분리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우리 정부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에도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뒤 우리 측이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자 2008년 12.1조치로 대응했다. 이 조치로 인해 내륙에서 경협을 하던 기업들이 수개월간 사업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등 많은 피해를 보았으며, 2013년에는 북한 측에서 개성공단을 수개월간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경협이 정치 논리에 종속된 전형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른바 정경분리의 원칙을 훼손하고 자해적인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다. 

인터뷰 대상 기업들은 금강산관광 중단이나 5.24조치는 수개월 동안만 지속된 북측의 제재와 달리 10여년간 중단 상황을 유지시킨 치명적인 조치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개성공단 이외의 모든 경협이 중단된 5.24 조치로 인해 1,000개가 넘는 경협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대부분의 남북 경협기업들이 이때의 피해를 거의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경협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는 남측이 북한에 비해 최소 5배, 많게는 13배로 추산된다. 결국 우리 정부의 경협 중단은 북한보다는 남측에 훨씬 더 불리한, 자해적인 조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경협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만 것이다.

통일부는 2021년 5월 20일 5.24조치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발표를 내놨지만 실제 해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5.24 조치 등 정부의 행정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 보상도 하지 않았다. 5.24 이후 8년의 시간이 지난 뒤인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했지만 이마저도 많은 기업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보상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또 보상이 이루어진 경우도 피해액 전체가 아닌 일부로 한정된 매우 비현실적인 보상이었다. 

예를 들어 대북 투자기업의 경우, 북에서 발생한 직접 피해액만 보상받았는데 실제 피해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에서의 사업 활동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국내 사업 수행과 자산 투자가 있어야 한다. 발생하여야 할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서 생기는 피해, 납품을 하지 못해 발생한 배상으로 인한 피해, 그리고 국내 조직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비용 등이 모두 피해로 봐야 할 것인데 실상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추가 피해도 막지 않았을 뿐더라 오히려 조장한 측면도 있다. 5.24 조치 이후 정부는 피해 기업들에게 곧 풀릴 것이라며 기다리라는 말만 거듭했을 뿐 아무런 향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사업 전환이나 직원 감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활로를 모색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인터뷰 했던 한 기업인은 5.24 이후 수년이 지난 후 통일부에 "향후 계획이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도 정부는 책임 있게 남북 경협의 향후 전개과정에 대해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5.24이후 통일부의 한 고위 인사는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인에게 그러길래 왜 리스크가 많은 대북사업에 투자했냐고까지 했다. 이전에는 우리 정부를 믿고 통일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경협에 투자해보라고 권했던 정부가 말이다. 

경협이 진행되던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기업인들은 특히 통일부의 사업 승인이나 관리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음을 호소하였다. 한 기업인은 본인이 업계 최고의 전문가이고 충분한 재력이 있음에도 통일부의 사업 승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하였다. 결국 이 기업인은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지분을 주고 영입하였다가 나중에 경영권 다툼에 빌미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업인은 충분한 준비를 하여 사업자와 사업 승인 신청을 했음에도 정치적인 상황과 신청한 사업 분야에 대한 주무관 본인의 비전문성 등을 이유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었다고 하였다. 그 때문에 이 사업자는 직접 산자부, 국토부 등을 찾아다녀서 필요한 서류들을 확보해야 했었다. 이외에도 통일부가 사업자나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도 불투명했다고 지적하는 사업자도 다수 있었다.

통일부 협력사업이나 사업자를 승인하고 관리하는 담당 주무관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는 기업인도 많았다. 단순한 교역이 아닌 자원에 대한 투자나 생산 설비 투자가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주무관의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주무관이 사업에 대해 이해가 될 정도가 되면 전보하는 과정이 반복되어 고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기업인들은 남북 경협사업이나 사업권자의 승인, 관리 그리고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공사 형식의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 기구는 통일부만이 아니라 산자부, 농림축산식품부, 기재부, 국토부 등 유관부처와 기관이 참여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로 설립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과 같이 남북 경협이 진행되던 과정과 중단 이후 우리 정부가 보여준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외에도 우리 정부와 관련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진행될 추가적인 남북경협인 인터뷰를 통해 파악하고 정리할 예정이다. 그리고 곧 이어질 다음 회에서는 남북 경협과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em>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em>
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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