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전대사 “의료 지원(백신)을 비롯한 인도주의 지원은 북한에 제안할 좋은 패키지"
20대 대선을 앞두고 13일 미국 워싱턴 소재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이하 CSIS)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진영으로부터 한미 및 북한과의 외교정책을 듣는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측인 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어느 정부가 출범하든 “북한은 한국의 새 정부에 많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백신 등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특정 백신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과 미국 정부가 백신 공동분배 국제기구인 ‘코백스’와 함께 백신 지원을 협의하면 대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이재명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의료 지원을 비롯해 인도주의 지원은 북한에 제안할 패키지의 좋은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날 대담을 진행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쿼드, 인도태평양 전략, 공급망, 민주주의와 가치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 측의 입장을 묻자 위 전대사는 “이 후보는 쿼드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는 인도·태평양 접근에도 적용되며, 우리는 동맹관계와 가치에 기반해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입장에 대해 위 전대사는 “이 후보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며 “한미동맹이 안보 동맹을 넘어 전염병 대유행, 경제 안보, 신기술 등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국문제의 경우 "한국은 정체성과 가치에 기초해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그 방향은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단단히 기초하면서 동시에 이웃인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진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껄끄러웠던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진전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되기도 했다. 위 전대사는 “전반적으로는 경색 국면이 계속되고 있지만 양측 모두에서 약간의 희망적인 사인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여야 후보 모두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리퍼트 전 대사 역시 “지난 몇 개월간의 진전 상황을 고려할 때 약간의 낙관적인 견해를 갖는다”고 평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양국 정부 간 공식적 합의였던 사실을 인정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긍정적 발언을 했고,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2015년 당시 한·일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CSIS가 주최한 이날 회의에는 위 전대사, 빅터 차 석좌, 마크 리퍼트 전 대사, 수미 테리 우드로 윌슨센터 국장이 참석했으며 2월 11일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외교 전문 싱크탱크로 1962년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낸 데이비드 앱시러가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를 모델로 만들었다. 헨리 키신저, 브레진스키, 제임스 슐레진저, 윌리엄 브로크가 대표적인 CSIS 출신 인물이다. CSIS는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워싱턴 DC에서 인정받는 싱크탱크 중 하나로, 박사급 연구원 220여 명이 포진해 있다. 2009년 한국부서가 신설됐으며 초대 책임자로 한국계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임명됐다. 빅터 차는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아시아 담당국장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문제에 대해 조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