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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사업가 김알렉잔코비치는 왜 개성공단에 가려고 했나 [김용구의 사례로 푸는 남북경협]
고려인 사업가 김알렉잔코비치는 왜 개성공단에 가려고 했나 [김용구의 사례로 푸는 남북경협]
  • 김용구 기획위원
  • 승인 2021.12.2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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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013년 개성공단 재개 후 북측 일방행동 저지 위해 국제화 추진
김알렉잔코비치, ‘러시아 모기업 -북한 원부자재 – 개성공단 가공 – 남측 반입’ 제안
통일부의 소극적 자세로 차일피일 ... 남-북-러 모델 통해 안정성 담보 가능
정상가동 당시의 개성공단의 모습(사진 통일부 영상 캠쳐)
정상가동 당시 개성공단의 모습. 남한 기업들이 세운 건물들이 보인다. (사진-통일부 영상 캡쳐)

2013년 4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약 5개월여간 지속됐다. 같은 해 9월 개성공단은 재개되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추진해 같은 사태를 막고자 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남측 기업만 입주할 경우 남북 갈등이 고조되면 북측에 의해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따라서 만약 제3국 기업이 입주하면 북측의 일방적 행동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즈음 러시아의 고려인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김 알렉 잔코비치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사업 가능성을 통일부에 타진하였다. 러시아 연방(듀마)의원을 역임한 김회장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북한의 명예총영사(러시아 니즈니노보고라드 소재)이며 북한계 재외경제인연합회의 회장을 겸임한 바 있다.

김회장은 북한에서 농수산물 등 원부자재(송이, 각종버섯. 더덕, 고사리, 황태, 해삼, 조개류 등)를 조달해 개성공단에서 식자재로 가공 후 남측으로 반입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는 5.24조치로 인해 국내 기업의 개성공단 신규 입주가 금지된 상황이었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산 상품의 반입도 금지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회장은 입주 기업이 러시아 국적이고 북한 상품을 개성공단에서 가공한 이후 반입하는 사업이므로 5.24조치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사진-남북경협뉴스)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사진-남북경협뉴스)

김회장은 이 사업을 위해 러시아의 모(母)법인이 남측을 통해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북한에도 북-러 합영기업을 설립하여 북한에서 원부자재의 조달을 책임질 구상이었다. 북한산 농수산물의 뛰어난 가격(국내제품 대비 90% 이상) 및 품질(자연산) 경쟁력, 개성공단의 낮은 임가공비용과 관리능력을 결합하면 탁월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회장은 2014년 2월 방한해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과 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하였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또한 같은 달 소치올림픽 기간 중 러시아 외교부 당국자를 통해 소치에 방문한 북한 외교부 부상에게서도 원칙적인 동의를 얻었다. 

2014년 3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한국 외교부 차관에게 러시아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공식 질문했다. 그리고 3월 24일 드디어 사업계획서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에 공식 제출했다. 

2014년 3월 24~28일에는 러시아 극동개발부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 방북해 본 사업을 공식 의제로 올리고 박봉주 내각 총리 등과 협의했다. 또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철수 부총국장(남측의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에 상응하는 인사)을 면담 및 협의 결과 남측의 통일부가 협조한다는 의향(의향서 형식)을 표시할 경우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김 알렉 잔코비치 회장이 통일부에 제안한 남-북-러 경협사업의 흐름도(그림-남북경협뉴스)
김 알렉 잔코비치 회장이 통일부에 제안한 남-북-러 경협사업의 흐름도(그림-남북경협뉴스)

하지만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당시 통일부는 개성공단을 국제화하여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있긴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는 적극적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결국 통일부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사업 승인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사업은 기존의 남북경협이나 개성공단 사업과는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개성공단 최초로 외국기업이 입주를 시도였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러시아 모법인을 둔 남한 기업이 입주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외국계 기업의 입주 시도라고 보는 게 맞다. 

두번째는 기존에는 원부자재를 남측에서 조달하고 가공을 개성공단에서 했다면 이 사업은 북한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하고 개성공단에서 가공해 남측으로 반입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세번째는 기존에는 개성공단 사업과 내륙지역에서의 남북경협 사업은 별도로 진행되었지만 이 사업의 경우, 북한 내륙에서의 경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 연계되어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은 사업의 원부자재를 북러 합영기업에 의해 현지조달하여 사전 검수와 품질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북한산 농수산물 반입 시 반입 제품의 사전 검수와 품질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는데 이점을 해결한 셈이다. 

물론 현재는 개성공단의 폐쇄와 UN의 대북제재로 인해 곡물류를 제외한 농수산물(가공되었건, 생물이건 간에)의 반입이 어려운 상황으로 본 사업의 재추진은 불가능하다. 단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UN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는 조건에서만 다시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굳이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남북러 협력사업을 통한 사업의 안전성(남북관계 악화시에도 지속가능성 제고) 확보, 원부자재의 조달부터 가공까지 완결적인 구조와 경쟁력 확보를 도모했던 사례는 향후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할 때 참고할 만하다.   

<em>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em>
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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