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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러 나진‧하산 프로젝트, 대륙 물류루트 확보 기회
남-북-러 나진‧하산 프로젝트, 대륙 물류루트 확보 기회
  • 김용구 기획위원
  • 승인 2021.12.20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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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대북제재 속 실행가능한 유일한 대북 경협 프로젝트
남-북-러 협력구조로 프로젝트 파행 위험 적어
대륙철도 운영 경험 습득할 기회 제공

 

중국 훈춘시 방천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중-러 접경지역. 멀리 북러철교가 보인다.(사진-남북경협뉴스)
중국 훈춘시 방천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중-러 접경지역. 멀리 북러철교가 보인다.(사진-남북경협뉴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의 합의로 시작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러 협력 물류합작사업으로 2002년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의 합의로 시작됐다. 당시 북-러가 합의한 사항은 러시아 극동의 하산과 나진항 사이의 약 56Km의 철도와 나진항 3부두를 양국이 협력해 현대화하는 사업의 추진이다. 하산은 러시아 극동의 최남단 작은 도시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동쪽 끝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나진항까지 연장함으로써 중국의 출동해 정책을 견제하고 물류 루트로서 시베리아횡단철도의 가치를 제고하며, 북한 입장에서는 정체된 라선 경제특구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물론 러시아도 새로운 물류 루트를 활성화하기 위한 물동량을 확보하기 어려웠기에 투자 타당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수년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6년 러시아에 장기 체류하고 있던 내국인 사업가(한루 이영채 대표)가 이 사업을 인지하고 당시 러시아철도공사(RZD)의 야쿠닌 사장을 찾아가 남측의 나진-하산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하고서부터였다. 이 대표는 야쿠닌 사장에게 남측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재무적 투자와 물동량(컨테이나 화물)을 확보하는 대신 한러 합작회사(Joint Venture)를 설립해 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JV가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사업권(Rail Operator)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러시아철도공사가 이 조건에 합의해 그해 11월 러시아철도공사와 한루는 MOU를 체결했다.

나진 하산 프로젝트 주변 광역물류망.(사진-남북경협뉴스)
나진 하산 프로젝트 주변 광역물류망.(사진-남북경협뉴스)

노무현 정부 때 사업 참여, 합작회사 루코로지스틱스 설립

이 대표는 귀국해 노무현 정부에 사업 참여를 설득했고 우리 정부도 동의해 코레일을 중심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본 프로젝트를 위해 코레일(코레일은 코레일로지스라는 자회사가 참가)을 비롯한 국내 물류회사 4사(글로비스, 범한판토스, 우진글로벌, 장금상선), 프로젝트 발의한 회사 한루 등 6개사는 JV로 루코로지스틱스(약칭 루코)를 2007년 6월에 설립했다. 

2007년 7월부터 루코는 본격적으로 러시아철도공사와 협의를 시작했고 2억1천5백만 달러 규모의 나진항 및 나진-하산 철도현대화 투자와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 사업을 위해 별도의 투자(주로 철송용 화차에 투자)를 한다는 데 의견이 근접하고 있었다. 

당시 루코는 부산항에서 선적된 컨테이너 화물이 해상운송을 통해 나진항에서 하역돼 나진-하산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중앙아시아,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도시 그리고 동유럽 도시들을 목적지로 하는 복합 물류 사업을 기획했다. 

본 사업을 위한 물동량은 글로비스, 범한판토스, 우진글로벌 등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메이저 포워딩사를 통해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물류 과정에서 해상운송은 장금상선이, 북한 구간의 운송은 북러 합작기업(라손콘트란스)이 그리고 러시아 구간의 운송은 한러 합작기업이 수행할 계획이었다. 

앞서 언급한 국내 JV인 루코는 러시아에서 러시아철도공사(계약은 자회사인 러시아철도공사 무역회사)와 JV를 설립해 러시아 구간의 운송사업을 수행하고 다시 이 한러(4:6) JV가 북러(3:7)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란스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루코가 국내 정세 악화를 이유로 투자를 포기하고 2009년 5월 휴업함으로써 러시아 측의 단독 대북투자로 이어졌다.

루코는 한러 JV를 통해 러시아 철도 운송 사업을 수행할 경우, 러시아철도공사로부터 레일 인프라 사용료의 15% DC를 약속받았으며, 안정적인 화차 확보를 통해 비용과 소요시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기존 해상운송 대비 6주 이상의 시간 단축(2주:8주) 및 기존 시베리아철도 운송 대비 비용(15% 이상 절감), 소요 시간 절감(러시아 극동항에서의 적체 회피를 통해), 안정성 제고(자가 화차의 운용을 통해)를 구현할 예정이었다. 이는 화주에게 빠른 운송과 비용 절감을 제공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반북 기류 확산으로 2009년 루코로지스틱스 휴업 결정

한편 국내에서는 2007년 12월 대선 결과 야당이었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돼 보수정권이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계속해 추진한다고 공언했고 특히 러시아 측에서 강하게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공동 추진을 요구했다. 이 정부 초기에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강경호 사장도 강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강경호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과 청와대 내의 반북 기류 확산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의 진행은 계속해 지지부진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2009년 5월 루코의 휴업을 결정했고 결국 남측의 프로젝트 참여는 무산됐다.

남측 참여가 불발된 이후 북러는 양자 협력으로 철도와 항만의 개보수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물동량의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본래의 컨테이너 운송사업에서 서시베리아의 석탄을 운송하는 사업으로 변경됐다. 북러 합작기업의 기업명이 컨테이너 운송을 의미하는 라손콘트란스임에도 불구하고 저 부가가치의 석탄운송으로 바뀐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2014년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참여가 논의됐다. 하지만 루코가 구상한 고 부가가치 비즈니스의 스킴이 아니라 러시아가 진행하던 석탄운송루트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단독 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루코 사업팀에 조언을 구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마저도 2016년 북측 핵실험을 이유로 중단됐다. 

유엔 대북제재 결정시 나진-하산 프로젝트 제외

러시아는 이후 유엔 대북제재 결정시 나진-하산 프로젝트만큼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게 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남측의 재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 국제사회를 의식하며 프로젝트의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현 유엔의 대북 제재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북 경협 프로젝트라는 점과 남-북-러 협력구조 속에 남북 간 경색에 따른 프로젝트 파행 위험이 적다는 점, 그리고 대륙 물류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다시 추진할 가치가 충분하다. 아울러 프로젝트의 고부가가치의 원래 스킴을 복원해 우리 측 화물을 위한 대륙 물류 루트를 확보하고 대륙 철도의 운영 경험을 습득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정세 인식과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김용구 본지 기획위원은 ㈜바두바투, ㈜루코/루스코앤씨에서 대북사업과 대러사업을 기획‧관리한 경협전문가로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정보지원실장, (사)한중리더스협회 이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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