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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 모색 (3)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 모색 (3)
  • 박재승 기자
  • 승인 2021.11.01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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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정세현, 문정인 등 국내 최고의 한반도문제 전문가가 모여 ‘종전선언’을 화두로 벌어질 남북관계의 변화를 진단했다. 

본지는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한 평화포럼의 유투브 영상 전체를 지상중계하여 국내 최고의 외교, 북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통해, 독자들이 향후 종전선언의 가능성과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회담의 향방을 관측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주>

 


 

북한은 미국 뿐 아니라 중국도 믿지 않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 이 얘기에 이어서 좀 엉뚱한 상상력이다 라고 전문가들은 여길지 모르겠는데, 제가 최근에 중국문제와 관련해서 기발하다고 느꼈던 게 두 가지 있었는데, 우선 중국은 그전에 북핵 문제 해결할 때는 중재도 하고 6자회담도 만들어내고 뭐 역할을 크게 했는데, 최근 국면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전혀 안 보입니다. 북미간에 직접 주고받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앞으로 중국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해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냐 라는 질문과 관련해서 들었던 참 희한한 발상이다 싶은 얘기가 두 개가 있었는데,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첫 번째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미사일 사거리를 풀어줬어요. 그리고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하는데 해병대가 포항에서 상륙훈련을 하는 거예요. 남북한은 땅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상륙훈련을 왜 하냐 이런 의문을 표하는 외국인들도 있고요.

우리가 북한하고 싸우는데 미사일이 수천 km 날아가는게 필요한 건 아니지 않아요. 그래서 중국견제용으로 한국에 미사일 사거리를 풀어준 거 아니냐, 하는 게 하나고요.

두 번째는 주한 미군사령관 지내신 분이 북한을 아예 미국의 동맹국으로 만들자 그런 발언을 했더라구요. 한국 정부더러 빨리 빨리 멀리 가는 미사일을 마음대로 만들어라, 이렇게 얘기해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예 북한을 미국의 동맹국으로 만들자 핵문제고 뭐고 그런 맥락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런 얘기가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나왔는데, 어 이거 안돼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세현: 동맹국은 표현이 좀 과한 것 같고, 북미수교가 되면, 물론 북미수교는 북핵문제가 미국 맘에 들 정도로 상당히 진전이 되어야만 실현가능한 것이지만, 북미수교까지 가게 되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데 있어서 뭐 동맹을 동원하고 오커스니 파이브 아이스니 이런 걸 강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낼 겁니다.

말하자면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평양에 미국대사관이 들어가고, 미국대사관이 들어가면 여러 가지 중국 관련 정보수집도 훨씬 더 유리해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북한이 미국과 동맹이 되어버리면 우리 동맹은 어떻게 되겠어요? 그런 동맹은 있을 수 없으니까, 수교 정도는 우리가 권장을 해야 되고, 부르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용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봐요.

문정인: 미사일 사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자율 규제한 거예요. 각 나라는 능력이 있으면 다 하는 거예요.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가 몰래 핵무기 개발한다, 탄도미사일 개발한다고 해서 미국에서 그것에 대해 응징을 하겠다고 하니까 1979년에 합의하고 전두환 정부 들어오면서 '우리 당신들 말 잘 지키겠다'며, 자율규제를 통해서 우리가 미사일 기술 통제시스템에도 들어가고 그 다음으로 우리도 탄도미사일 100km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우리 스스로가 묶은 족쇄예요.

유시민: 아 그러면 우리가 스스로 묶은 것을 푸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양해해준 거예요?

문정인: 우리가 그냥 해서 가면 돼요. 우린 MTC 협약 즉 미사일 기술통제 체제에 따라서 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이걸 우리가 착각을 하는데 미국이 우릴 강제한 것이라기 보단 우리가 미국에 잘 보이려고 우리 스스로가 '개발하지 않겠습니다'고 한 거예요.

이종석: 이때 미국이 양해에 동의해주면 되는 거죠.

유시민: 우리가 스스로 묶었기 때문에 풀 때는 미국이 동의를 해주어야 된다는 이야긴 건가요?

문정인: 우주개발을 위해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우리가 로켓 발사를 하게 되면 사거리 제한이 있을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미사일을 개발해서 중국을 겨냥한다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이제 그 동안 거리제한으로 발사체 추진체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고 하니까 그런 시각에서 보면 되고요, 이 문제로 불필요하게 중국과 사이가 나빠질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두 번째 북미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북측 사람들에게서 나왔어요.

북측의 모 인사가 뉴욕에서 저랑 회의를 하는데 어떤 발언을 하느냐면 '미국이 우리하고 수교하고 동맹 맺자. 그러면 바로 그날부로 우리의 핵을 포기하겠다'.

북의 고위인사가 우리 남측 대표도 있고 그리고 그 자리에 국무장관되기 전에 상원의원할 때의 존 캐리, 헨리 키신저박사 앞에서 대놓고 얘기해요.

'우리하고 적대관계 청산하자, 그리고 우리하고 수교 맺고, 군사동맹 맺으면 우리는 그날부로 우리 핵무기 포기할 게'라고, 그땐 북한이 중국과 사이가 나빴을 2012년 그 즈음입니다.

유시민: 그럼 지금은 왜 안 해줘요? 내가 바이든 같으면 얼른 해주겠는데.

이종석: 사실이지 그런 얘기 많이 하지 않습니까? 말이 되고 안되고 간에 아까 얘기한 것처럼 미국이 차라리 북한을 자기 동맹으로 한다든가, 또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 봐라 미중 간에 이렇게 갈등이 있는 이른바 디커플링 시대에 저렇게 놔두면 북한은 결국 중국의 동북 4성될 거야' 이러면서 '그렇게 놔두면 안 돼잖아'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주장이 우리가 볼 때는 합리적인 논리 같은데 미국사람들한테 잘 안 먹히는 이유가 제가 볼 때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미국사람들은 북한을 핵을 보유한 북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봅니다. 그러니까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다른 게 귀에 들어올 수 없는 거예요. '북한은 핵을 가진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이걸 풀어야 된다'. 그럼 동맹? 생각이 안 되는 거죠.

두 번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국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이 불신이라는 틀에서 보기 때문에 별로 큰 관심이 없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북한이 중국 동북3성이 4성으로 된다한들 그게 우리한테 전략적으로 무슨 큰 마이너스가 있느냐는 거예요. 우리가 얘기하는 동북4성으로 가니 위험하니까 빨리 우리편을 만들어 준다던가 이런 말이 그럴듯하지만 미국주류에는 별로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거죠.

유시민: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를 미국에서 촬영해서 한번 보여주면 좀 달라질까요.

김준형: 제 얘기를 좀 말씀 드리면, 2018년3월에 헬싱키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때 마침 그것 때문에 만난 건 아닌데 우리 특사가 워싱톤 가서 북미정상회담 약속이 받아들여진 그 직후였어요.

저한테 굉장히 도발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중국이 역사상 강했을 때 우리 민족을 괴롭히지 않은 적이 있느냐'고. 저한테 도전적으로 질문했어요.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노선투쟁이지 권력투쟁이 아니에요. 무슨 말씀이냐 하면 권력이 불안해서 장성택을 죽인 게 아니라 장성택의 방식은 '중국하고 같이 가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권 같은 걸 넘겨주죠.

김정은은 그렇게 가다가는 중국한테 너무 복속되니까 반역죄로 처형하면서 그동안의 계약을 무산시켜서 북중이 6년 반 동안 사이가 나빴던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북한은 분명히 플랜 A는 미국과 화해하는 것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서 좋다는 것이고 어쩔 수없이 북미가 갈라지면 플랜B가 중국이라는 거죠.

저는 그런 행태를 계속 보여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만일 힘으로 밀어붙이면 북한은 플랜 B로 가는 것이고 북미가 좋아지면 플랜A로 가는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최근에 중국의 역할을 보면 미국에 따라서 좀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때는 자기들은 전략적 인내를 하면서 중국한테는 압박하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우리가 지렛대가 없다'고 말했고요.

그 다음 트럼프 때는 패싱을 했죠. 패싱을 해버리니까 그 6년 반 동안 나빴던 걸 꾹 참고 중국이 사실 뒷배가 돼가지고 네 번이나 만났죠.

그러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또 무시할 것인지.

그런데 바이든은 시작은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기후문제, 방역문제하고 핵 비확산 이 3가지 분야에서는 미중이 협력할 수 있다 했어요.

비확산은 이란과 북한이거든요.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가 이번에는 오히려 중국에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일종의 역할 부여와 그 협력을 한다면 이번 문제가 조금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신저식 접근법, 미국의 현실주의자들

문정인: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동상이몽인 것 같아요. 미국이 원하는 중국의 협력은 대북제재를 하는데 100%동참해 달라는 것이고, 중국은 ‘당신들 식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못풀어’, 그래서 중국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쌍중단, 쌍궤병행 그 다음에 동시행동 원칙, 이 세 가지예요.

쌍중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핵미사일을 중단하면 여기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쌍궤병행(雙軌竝行)이라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동시에 병행 추진하자는 거고, 그 다음 세 번째는 행동대 행동원칙에 따라서 교환하자는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미국은 안 하겠다는 거거든요. 북한보고 선해체하라고 하는 거니까.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동상이몽에 빠져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쉽지가 않습니다.

문제는 김준형 원장님 말씀과 관련해서는 임동원 이사장님의 회고록 「피스메이커」를 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있어요.

2002년 4월에 임동원 이사장이 북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거든요. 김정일 하는 말 중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우리는 미국이 두렵다. 미국하고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그런데 미국을 믿을 수가 없다. 4년마다 선거가 있으니까. 미국을 믿을 수 없으면 중국을 믿으면 좋은데 중국은 더 믿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핵무장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위상과 북한이 미중을 보는 시각이라는 게 여기서 잘 나타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 그 브릭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같은 주장이 개별주장이 아니에요.

미국의 진짜 현실주의자들은 그 주장을 합니다. 진짜 현실주의자들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보는 거예요.

그럼 그것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북한에 1인 독재국가고 이런 것에 관계없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심지어 군사적인 협력관계도 맺어야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게 키신저 식의 접근방법이에요. 진짜 현실주의자들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가치 문제가 있으니까 그걸 받기가 상당히 힘들지요.

이종석: 그렇게 가면 새로운 국면이 또 열리겠죠. 또 그럴 수 있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 보는 것이 거꾸로 얘기하면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문정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중국과 비확산에 대해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북한제재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자기가 직접 북한을 때리는 게 아니라 중국을 통해 리모트 콘트롤하는 거죠. 중국의 제재가 지금 바로 북한의 목을 쥐고 있는 거거든요. 너무 역설이죠.

중국은 북한하고 이른바 협력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면서도 미국 노선을 따라가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미중간에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도라면 언젠가는 중국이 그러겠죠. “야 너가 지금 나에 대해서 군사· 인권, 경제압박을 가하는데, 내가 왜 너의 말을 듣고 왜 북한에 대해서 이렇게 제재를 가해야 되냐?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

그러면 판은 전혀 달라지는 거죠. 우리가 논리적으로 그렇다 해도 국제정치에서는 쉽게 나타나지 않잖아요. 말씀처럼 미국이 북한을 동맹으로 한다는 건 말이 그렇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유시민: 이해는 됩니다. 내가 미국 대통령 같으면 돈 들 일도 아니고 ‘그래 좋아, 너희 종국적으로 원하는 게 뭐야, 우리 평양에 우리 대사 보내줄 게 그리고 평화협정도 맺어줄 게,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미국은 돈이 중요한 사회잖아요. 유권자들 설득하는데도 돈이 듭니다. 그래 ‘너희 여기 와서 장사해, 핵은 없애고...’ 이런 방식으로 패키지로 할 거 같은데 그런데 안 해요.

우리처럼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문제를 보는 게 아니까. 자기들의 기존관념을 가지고 보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는 어떡하지.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어떻게든 북한하고 미국하고 잘 해가지고 뭔가를 해보려고, 그리고 그 트랙 위에서 남북관계도 같이 풀어갈려고 노력을 하셨는데 안 됐어요.

노무현대통령이 유고에 보면 무력감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분노, 그러니까 북한은 막 핵개발하고 미사일 쏘고 미국은 선제 핵공격론 나오고 둘이서 막 쌈박질하는데 우리가 끼려고 하면 ‘야 너네는 빠져’ 이렇게 얘기하고.

우리가 한반도의 당사자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 둘 사이에 끼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이런 게 어디 있냐고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 그래서 어떻게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한국의 주도력, 영향력 이걸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를 굉장히 고심하셨어요.

요즘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대선 때까지 반년밖에 안 남았어요. 퇴임하실 때까지 한 7개월밖에 안 남았습니다. 5.24조처도 그대로 있죠. 해제 안 했죠.금강산 개성공단 뭐 아무것도 안됐죠.

우리 정부가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한 트랙 위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잘 안됐어요.

앞으로도 이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는 것과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시도를 계속 이렇게 한 트랙 위에 올려놓아야 되나, 이런 의문이 떠오르는 거예요. 남은 임기 7개월 동안 문 대통령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정세현: 저는 공무원 출신입니다. 늘공 출신.(웃음). 공무원으로 통일부에서 쭉 일을 하면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남북관계가 그 위에 있고 한미관계가 약간 반발짝 뒤 또는 밑에 있다고나 할까, 이렇게 있으면 제일 좋은데 오히려 한미관계가 위에 있어요.

북한에서도 선미후남 또는 통미봉남 이런 전략을 자주 쓰고 그랬지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도 무력감을 느꼈다고 그랬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있는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소위 대미종속성, 이게 제일 큰 문젭니다.

문정인: 개스라이팅 (일동 웃음)

유시민: 아 개스라이팅요? 반세기 넘게 개스라이팅을 당해 와서……

정세현 : 뭐든지 미국한테 물어봐야 된다는 그런 식의 철학이랄까,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통일을 위한 안보분야에 많고 그러니까 대통령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김대중 대통령도 같은 조건에서 일을 했지만 그나마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한테 꼭 허락을 받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먼저 일을 저질러 놓고 사후에 미국 동의를 받아낸다고 할까, 설득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고 나갔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너무 사사건건 협의라는 명목으로 허락을 받으려고 하고, 반면에 북중관계에 대해서 미국이 잘못알고 있는 것이 많은데 미국의 관변 학자들이나 정치권에서 북중관계와 한미관계를 함께 비슷한 걸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북중관계는 절대로 한미관계와 비슷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적대의식까지는 아니지만 불신이 굉장히 강합니다. 6.25 때 중국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지만 그런 도움을 받고도 북한은 중국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대한반도관이랄까 과거 청나라 명나라 때 조선을 바라보던 그 시각이 지금도 살아있다고 보는 거예요.

김일성이 김정일 한테도 그랬다는 거예요. “떼놈은 절대 믿지마라.”

유시민: 중국사람 믿지 말라고. 인용이시죠?

정세현: 인용이지요. 왜냐면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에도 그 표현을 그대로 썼대요. 그래서 (부한은)지금 중국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영토적 야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과 남이 손잡고 미국을 활용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무릎을 쳤다는 건데, 그러니까 북한의 중국관이 어떤 것인지 좀 알 필요가 있고, 미국이 그걸 역이용하라 이거예요. 아까 그래서 북미수교를 얘기한 겁니다. 동맹까지는 좀 그렇고……

문정인: 글쎄요, 아마 현정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건데, 현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건 북미간 대화 채널을 제도화시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남북정상회담이든 뭐든 간에 북미관계의 물꼬가 트이도록 하는 작업을 우리가 좀 해줄 수 있으면 제일 바람직한 것 같고, 그래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북미관계 작동이 되고 북이 협력적으로 나오고 또 미국이 그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나오게 되면, 심지어 보수정부가 들어서도 그걸 뒤집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2009년 4월 5일 북에서 로켓을 발사하면서부터 오바마가 틀어졌던 거거든요. 그때 오바마가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11시에 하기로 했는데 새벽 6시20분에 북에서 로켓을 쏘아버린 거거든요.

거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주 적극적인 로비의 결과 때문에 전략적 인내로 바뀐 사례가 있습니다.

현정부에서 어떻게든 남북접촉을 통해서 북미대화가 정상화되고 정상궤도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이고, 두 번째로는 현정부도 판문점선언이나 평양 선언의 일부는 뭔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되니까 작은 성공을 보여야 돼요.

정 안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제제결의안과는 관계없는 개성공단에 입주대표자들이 한 번 갔다 오는 것만이라도, 아니면 시범적으로 금강산에 개별관광을 트는 거라도,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거라도 몇 개 해놓고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역사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정세현: 북미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한국이 지금 역할을 해야 되는 건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책임이 우리한테 있어요.

왜냐면 북중관계의 현실이 한미관계와 완전히 다르니 그걸 역이용해서 북한을 싼값에 미국편으로 끌어들여라, 그게 뭐냐면 백신 같은 걸 제공할 수 있는 사인을 주고, 이렇게 되면 비핵화가 쉽게 된다, 그렇게 해서 어설프게 그냥 여기저기 막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쓰느니 차라리 북한을 그냥 확실히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면 그건 한방에 해결될 문제다. 이런 시각을 (미국으로 하여금) 갖게 해 주는 게 중요해요.

김준형: 진보정부는 그런 걸 할 것 같잖아요. 그렇게 해야 되는 게 맞고요. 우리가 자주성을 갖는 게 맞는데, 의외로 현대의 정치는 소위 말하는 대외정책의 국내비용이 증가한다는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여론 때문에 사실 오히려 진보정부는 마치 주홍글씨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국방을 더 강조해야 되고 한미동맹을 더 강조해야 되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또 문 대통령이 워낙 신중하신 분이니까요.

제가 4월 판문점회담 하기 전에 자문단회의에 들어갔을 때 모두발언으로 이 말씀을 하셨어요, ‘다들 얘기하시는데, 우리가 당사자는 맞는데, 그러나 이 비핵화라는 것이 큰 장애물이 앞에 놓여있으니, 이 장애물부터 치우려면 북미를 연결시켜야 된다’ 고 얘기를 하셨는데, 실제로 중재자 역은 꽤 잘 했습니다.

왜냐하면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넘겨줬고 싱가포르에서 안되니까 평양 가서 하노이로 넘겨주면서 중재자 역할을 잘 했잖아요.

그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하고 평양에서 영변을 받아놓고 미국을 설득시키는 부분에서 우리가 적극적이지 못했고요.

아까 문 의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사이에 2월 하노이 회담이 있었는데 1월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개성공단 금강산을 얘기했습니다. 근데 그걸 사실 2월전에 해도 되거든요.

그건 제재의 예외조건으로 해도 되는데, 그때 생각은 뭐냐 하면 지금 하노이 가서 잘될 건데 개성공단을 미리 넣어버려서 국내가 시끄러워지거나 아니면 하노이가 잘 안될까 봐 그 시기를 좀 놓친 부분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요.

이종석: 제 생각에는 우리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선순환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국면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아무리 남북관계 발전을 얘기하고 또 염원하고 있지만, 북핵문제가 일정하게 같이 진전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죠. 그래서 같이 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보면 다 아시는 것처럼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에 비하면 남북관계에 대해서 더 적극적입니다.

그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 지금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공화당 정부에 비해 동맹을 중시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지난 1990년 이후에 지금까지 30년 동안 과정 속에서 한국의 민주당 즉 포용정책을 하는 정부가 미국의 민주당 정부와 결합되면 민주당 정부의 귀에 대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 민주당 정부는 동맹을 중시하니까, 이렇게 맞았던 시기는 아시는 것처럼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해서 그리고 2001년 부시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한 2년여 기간 그리고 나서 다시 이번 바이든 취임이후 지금까지의 시기,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예요.

이 기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어서 이 시기에 우리가 대화의 국면을 열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을 맞이한 겁니다.

그래서 미국 설득, 북한하고 대화, 설득 이걸 통해서, 북미간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까, 이걸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중간에 서서 한번 만들어 보려는 거 아닙니까?

이걸 하면서 남북관계를 끌어내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시간은 많이 안 남았지만 평화를 증진시키는데는 무슨 임기말이고 임기초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해야 된다.

그래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기본정신은 지속가능한 평화 다시 말하면 올해 안에 어떠한 합의, 작아도 좋습니다. 작은 합의라도 이 작은 합의가 다음 미래의 평화의 일정과 연결이 돼야 됩니다.

그냥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이런 마음의 자세를 갖고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노력을 하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 북측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제가 전해들었는데요. 지금까지 합의나 선언이 무척 많았거든요. 1990년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까지 가서 연설도 하고 그간 많은 합의들이 남북간 사이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되는 것은 없죠. 그러면 추가적인 합의나 선언이나 문서 가지고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한 시점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지금은 뭔가 하나라도 하는 것, 그러니까 말이나 글로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하는 거예요, 그런 게 없이는 지금 상황을 돌파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문정인: 2018년 9월 18일 밤이죠. 평양 목란관에서 우리 대통령하고 만찬이 있지 않았습니까?

제가 임동원 선생하고 백낙청 선생, 홍석현 회장이랑 같이 김정은 위원장 앞에 가서 건배 제의를 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일어서서 어떤 얘기를 하냐면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우리가 왔습니까. 이제 퇴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꼭 실천해야 합니다.” 이걸 두 번씩이나 강조했어요.

그러니까 이종석 장관께서 과제 중심적 리더십이라고 하는 표현을 가지고 김정은 위원장을 설명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합의를 봤으면 뭔가 실천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 쪽에서 실천하는 하는 건 하나도 없고.... 물론 북측에서 비핵화의 진전이 없다고 하는 하는 건데, 북에선 어쨌든 영변 카드를 꺼냈단 말이에요.

역대 최초로 북의 지도자가 ‘난 이런 식으로 비핵화하겠다’고 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나왔는데, 그걸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걷어차버린 셈인데, 그렇다고 보면 우리 쪽에서 사실상의 약속을 지킨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에 저촉되지 않는 분야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우리가 못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남은 임기동안에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하고 그다음에 북미관계를 개선하는데 우리가 조금 역할을 해주고, 그래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유시민: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고, 북측도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요. 뭐 하나 틀어지면 그것은 틀어진 대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른 것은 진척을 시켜야 되는데 진짜 올 오아 낫싱(all or nothing)이에요. 하노이 회담 결렬되고 나니 그냥 딱 웅크리고 모든 걸 다 끊어 버렸다는 말이에요.

정세현 : 삐라 뿌리는 걸 못 막았다고 공동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고……

유시민: 그러니까요. 삐라 뿌리는 거 불편하다는 건 아는데, 그건 또 계속 협의해가고 해야 되는데……

문정인: 일련의 과정을 보면 2018년 11월부터 한미 워킹그룹 통해서 타미플루 공여하는 걸 얘기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1월까지도 북쪽에 전달 못했단 말이에요. 북은 개성에서 기다리다 철수해 버렸다 말입니다. 2월에는 하노이에서 회담이 결렬이 되어버렸죠.

이런 상황이 쭉 계속되면서 사실상 북측의 문제점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제 북측이 그런 상황에서 나오긴 상당히 힘들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뭔가 이쪽에서 주는 게 있으면 그리고 가시적인 뭔가 있으면 저쪽에서 나오겠죠. 이게 북한 체제하고도 관련이 된 건데요.

김정은 위원장 들어와서는 북한에서 ‘어떤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제안을 하라’ 이거예요. 그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받아들이면 꼭 성공해야 돼요. 안하면 문책당해요.

그러니까 북의 입장에서는 남쪽하고 협의를 하는데 하나도 안 된다면 누가 나와서 협상하겠어요.

이종석: 분명한 건 그런 것 같습니다. 유 이사장이 말씀하신 걸 조금 다시 바꿔서 얘기해보자면 어쨌든 우리는 약속을 어떤 이유던 간에 잘 못 지킨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미 서로 합의해서 이뤄진 것을 파괴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거나 통신선을 끊는 이런 것 역시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잖아요.

최소한 합의된 것은 지켜지고 그 다음에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은 파괴돼서는 절대 안되는, 이런 남북관계부터 일단 만들어야 됩니다.

문정인: 그건 내가 북을 옹호하는 게 아니고 북의 입장에서는 6월4일 김여정의 담화를 봐요. 그러니까 최고존엄을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했는데 남북관계는 이제 대남관계가 아니라 대적관계라고 얘기했거든요.

대적관계 연장선상에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다는 건데, 저는 도무지 수긍할 수가 없었고 그때도 비판했고 지금도 비판하긴 하는데, 북의 인식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데, 퍼셉션이란 게 중요한데, 결국 ‘남쪽에서 자기들에게 협력할 의사가 하나도 없다’라고 하는 그런 것, 그리고 적대관계라고 이렇게 규정을 해버렸기 때문에 ……

유시민: 썸 타다가 톡 십는 것까진 좋은데 핸드폰을 박살내면 안돼죠.

김준형: 북한의 입장을 저도 변호하는 것은 아닌데, 한번 생각해보시면 그냥 있으면 북한이 손해란 말이예요. 북한이 제재 하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이나 한국은 관리를 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계속 고통을 당하고 있단 말이에요.

둘이 약속을 지키고 있으면, 군사적 합의든 뭐든 약속 지키면 한쪽은 지금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거죠. 그것도 생각해야 됩니다.

유시민: 그것까지 다 봐야 되는데 저희가 작년 방송할 때 그런 얘기했다가 엄청 보수언론에서 욕먹었는데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계몽군주가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를 했어요.

정세현: 그렇지 그렇지

김준형: 모든 토론을 다 덮어버렸지요.

유시민: 왜냐면 고르바초프가 공산당서기장으로 취임한 게 1985년 3월 3일인가인데, 고르바초프는 구체제에서 아주 순탄하게 정치국원이 됐어요.

가장 젊은 나이에 정치국원이 됐고 권력투쟁도 안하고 있는데, 28개월 동안 체르넨코, 안도로프 이런 사람들이 계속 죽으니까, 정치국원들과 지방당서기들이 찾아와서 ‘나이 많은 늙은 환자한테 권력을 맡기는 것이 이거 안되겠다. 당신이 맡아라’고 갖다 맡긴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구체제에서 올라와서 구체제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데리고 체제를 혁신하는 사업을 하다가 체제도 망하고 본인도 역사의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고,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지만 자기 조국에서 버림받은 사람 됐어요. 실패했으니까.

그런 고르바초프를 저는 일종의 계몽군주였다고 봐요. 구소련의 계몽군주. 모든 계몽군주가 이렇게 실패해야 되는 건 아니거든요. 실패의 위험은 있죠. 저는 사실 김정은 위원장이 계몽군주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그러한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인민들을 위해서 뭔가 변화를 도모해주기를 바랐던건데. 뭐 잘 안됐다고 해서 지금부터 적대관계다라며, 막 폭파시키고 이러면 그건 아주 아마추어예요. 계몽군주가 될 수가 없어요.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력을 키우고 국제사회 속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가지고 자기들 인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런 권력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얘기를 했는데 마치 김정은 예찬인 양 하는데 제가 그런 말 한다고 제게 밥이 나와요 죽이 나와요.

이종석: 계몽군주는 저랑 방송하다 하신 말씀이고 사실 전 맞는 얘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군주 자체가 절대주의 시대에 독재자 아니겠어요?

독재자인데 계몽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스타일이 그렇거든요. 저 역시 제가 여러 가지 얘기하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절대군주로서의 성격, 다시 말하면 독재자잖아요. 이거와 현대 CEO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얘기한 걸 뒷것만 따가지고 김정은한테 아부했다 이렇게 얘기해요.

독재자지만 독재자도 CEO 자질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독재자도 또 계몽성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 독재자이기 때문에 모든 면을 다 부정적으로 봐야 된다고 하면 안돼요. 우리는 부정적,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야 되잖아요.

문정인: 객관적으로 보면 김여정의 행태 같은 건 충분히 이해가 돼요.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관계개선의 총대를 멘 게 누구였어요. 김여정이었단 말이예요.

남북관계가 실패로 돌아갈 때 북미관계도 어려워졌잖아요. 누가 책임을 져야 돼요. 누군가 책임을 져야 될 거 아니예요. 도메스틱 오디언스(domestic audions) 라고해서 국내청중들이 있었는데 그들에 대한 소위 본인의 책임론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 이런 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시민: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은 북한체제의 논란의 시스템 내부를 보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 뜻이에요. 그런 계산아래서. 그런데 우리가 보편적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그러면 안 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에요.

문정인: 아, 그러니까 이건 새로운 관계 개선을 하게 되면 연락사무소는 북에서 지어줘야 돼……

유시민: 또 어느 신문에서 보고 이상하게 쓸까 봐, 제가 미리 몰래 물 뿌리는 거예요.

김준형: 그래도 소용없을 수도 있을 거예요,(일동 웃음)

유시민: 저는 북한권력층이 남북관계에 임할 때 지나치게 긴장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느껴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하고 오랜 세월 대화를 했어요. 1988년도부터 시작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대화를 했으니까 근 20년 정도 대화를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 얘기를 거의 안 하셨어요.

항상 평화, 공존, 교류협력, 공동번영, 이 얘기만 하셨지 무슨 통일 방안을 연구한다든가 통일의 꿈을 뭐 어찌 설파하신다던가 일체 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하고, 평화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체제 어느 한쪽이 체제를 바꾸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평화적인 수단으로 통일 할 수가 없다, 평화통일이 됐던 무슨 통일이 됐던, 통일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은 남북한 당국사이에 심리적 긴장감만 유발할 뿐이고 실익이 없다, 그렇게 판단하셨던 걸로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런 애기를 하면 ‘쟤는 통일에 관심이 없어’ ‘휴전선은 국경선이나 다름없고 한반도에는 두 개의 국가가 있는 거야 이렇게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발상이야’ 이럴까 봐 진보 쪽에선 또 이런 얘기를 잘 못해요.

저는 사실 휴전선을 일단 국경선처럼 여기고 남북한이 상호 내정 불간섭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더라도 서로 인정해주고, 그리고 서로 간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계속하면서 특별한 변화가 어느 한쪽에 생기지 않는 한 계속하자, 이런 태도로 가면 긴장이 좀 낮아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하거든요.

이종석: 바로 그렇게 되어야 되는 거지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통일을 얘기하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노 대통령께서는 개혁적이지만 실용현실주의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평화없는 통일이 가능하겠냐,물론 뭐 급변사태 이런 것도 있지만 그런 건 빼놓는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 평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일이 불가능한 건데, 통일을 자꾸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현실적이냐 이런 거지요.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또 하나는 통일이라는 걸 너무 절대적으로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도, 이렇게 보지 말자는 거죠. 세상살이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우리가 옛날에 결혼할 때는 결혼해서 부부가 통장을 따로 써도 안 되고 호적에 올리지 않고 동거하는 거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다양한 방식의 결혼이 있잖아요. 이런 것처럼 통일도 예를 들어서 남북간에 적대성이 완화되고 그 다음에 교류협력할 수 있고 평화가 진전되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통일로 가면 된다.

왜 지금 당장은 항상 대결하고 적대하는데 통일을 얘기하니까 우리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은 더 헷갈려요. 아니 지금 서로 싸우고 대결하는데 무슨 통일이야?

그런 점에서 통일문제는 현실적으로 봐야 됩니다. 북한 역시 지금 우리국가제일주의라 합니다. 과거에는 전체 남북관계를 다 아울러 조선민족제일주의입니다.

우리 국가 제일주의로 김정은 시대에 바뀌었습니다. 뭐냐 하면 사회주의 북한이 잘 먹고 잘살기 하자는 걸로 바뀌었단 거죠.

왜? 남북간의 통일을 해봤자 무슨 일이 발생하겠느냐, 그러다 보니까 북한 역시 하나의 북한을 완성시키고 있고 우리도 그렇다 이거죠.

그렇다면 서로 그걸 인정하고 서로 오가고 그러다가 어느 먼 미래에 정말 하나의 국가가 되는 걸 바라는 이런 형태로 가야되지 여전히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도를 가지고 계속 밀고 나간다면 과연 언제 이뤄질 것인가. 오히려 갈등만 더 촉발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문정인: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통일 개념을 단일민족국가, 그러니까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 하나의 정부 이런 통일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상 현실적인 논의에서는 그것만이 통일이 아니거든요. 그것은 궁극적 통일의 형태이고, 북에서는 연방제도 얘기하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얘기하고, 우리는 남북연합을 얘기하잖아요.

남북연합이 단일 민족국가로 가는 하나의 중간단계로서 남북연합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럼 남북연합은 하나의 민족이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정부 두 개의 체제에 있는 거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남북이 교류협력하며 평화공존하고 신뢰구축하고 그러면서 소위 한 지붕 두 가족씩으로 살다가 나중에 남북이 동질화가 많이 이뤄지면 국민투표를 통해서 어떤 통일을 할까 연방제할까, 낮은 단계 연방제할까, 연합제할까, 단일민족국가로 할까, 이렇게 결정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제가 볼 때는 지금의 과제는 어떻게 평화를 가져오느냐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예요.

유시민: 거기에 집중해야 된다는 거죠.

정세현: 그러려면 국민들에게 통일교육을 다시 해야 된다고 봅니다. 어차피 지금 통일하면 원 코리아(One Korea)를 얘기하는 건데, 원 코리아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1991년 남북이 똑같은 국가의 자격으로 유엔에 가입하지 않았습니까? 벌써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투 코리아(Two Korea) 상태를 그대로 공존식으로 끌고 가면서 서로가 경제발전하고 문화적 동질성이 커지면 그때 가서 원 코리아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수십 년 후 다음세대 또 다음다음 세대에서 결정할 일이지, 지금 당장은 남북간의 평화공존 이거 또한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김준형: 저는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도 사실은 평화가 맞다고 보고 있고요.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예외적인 사건을 한 번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에는 신뢰 프로세스로 남북관계를 얘기하다 갑자기 중간에 통일대박론으로 갔고, 중국 시진핑 주석한테 통일론을 역설하면서 통일 한방이면 한반도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방식으로 갔던 거거든요.

그게 바탕하고 있는 게 바로 흡수통일이거든요.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이 가져다줄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면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평화를 통한 통일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국민도, 젊은 세대들의 여론도 오히려 평화를 통한 통일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정인: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 후손들이 자신들이 살 나라의 모습을 정해야지, 우리가 정할 필요는 없겠는데요.

차기 정부의 과제는?

유시민: 자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사실 제일 마지막 테마를 드리기 위해서인데, 지금 주요정당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중이에요.

마음속으로 각자가 좋아하는 정치인도 있을 것인데, 이 마지막 주제에는 전제를 좀 들어야 돼요. 그러니까 ‘북한의 급변사태 비슷한 거 생기면 맨 먼저 할 일이 뭐 미국대통령과 전화하는 거다’ 이런 얘기하는 사람 말고 좀 진지하게 남북관계를 고민하고 또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하는 그런 방안을 찾는, 말하자면 지금까지 우리가 얘기 나누었던 그런 장기간의 공존, 교류, 상호협력 이런 것들을 해나가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다져나가자는 쪽의 생각을 가진 그런 후보가 다음 대통령에 된다고 전제를 하고, 안 그러면 꽝이고요.

누가 되든 그런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전제를 두고 볼 때, 내년 5월 9일 출범하게 될 새 정부와 새 대통령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남북관계, 북핵문제 등등 포괄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안착시키고, 남북 간에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사업들을 증진하고,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북미관계를 움직여나가고 이 모든 일들을 한다고 할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종석: 제가 누굴 대변할 수는 없고요.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면 가장 중요한 것이 남미 간이든 남북 간이든 합의를 하면 지키는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까다로운 대상이 북한이고 합의를 하고도 그 합의를 깰려고 항상 준비가 된 게 북한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더욱더 그런 상대와 우리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철저히 지켜야 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도 그렇지 못하다는 거, 그렇다면 합의를 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죠.

그래서 합의를 잘 지키는 그래서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지속되는 것, 한번 하고나면 끝, 그래서 다음 미래가 없는 이게 아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위해서 중요한 것은 역시 남북관계 발전이 북핵문제 진전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점에서 저는 역시 지금 새로운 정부가 해야 될 일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 미국과 남북관계 발전이 북핵 문제 진전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증진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걸 설명하고 설득해서 합의가 돼야 된다는 것, 그래서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진전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서로 선순환관계가 된다, 이것을 한미 지도부가 공통의 인식을 갖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세현: 그 애기는 좋은데, 선순환이란 게 쉽지가 않아요. 아까도 한미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야 된다는 말을 잠깐 했지요.

남북 간에 합의를 해놓고 지키지 못하는 경우, 한미 협의가 잘 안돼서 진도가 안 나간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일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거칠게 나오는 측면도 있어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기도 했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한미관계를 잘 풀어 나가야 되는데, 한미관계를 미국과 협의한다는 형식을 거치면서 지시받는 식으로는 하지 마라 이거예요.

미국에 대해서 거칠게 항의도 하고 자기주장도 세게 내놓고, 미국을 끌고 가려는 그런 대통령의 자세가 필요하고, 참모들도 그렇게 대통령을 보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자리에 계시기 때문에 직접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 초반부에 남북관계가 그래도 북미관계보다 한미관계보다 한발 앞서 갔던 것은 NSC 사무처장으로 이종석 박사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상당히 용기있는 사람이예요. 미국에 대해 싫은 소리하고……

문정인 : 그래서 자주파에서 동맹파로 몰렸잖아요. (일동 웃음)

정세현: 보수언론에서 하는 얘기는 참고할 가치가 없어요.

이종석: 세월이 흘렀고 나이가 들었으니 좀 더 잘해야지요.

정세현: 다음 정부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미국과 한판 붙는, 책상치고 고함지를 수 있다는 거트(guts 배짱)가 있어야 됩니다.

그 담에 참모도 그걸 보필 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돼야지, 한미관계를 조금이라도 흔들면 안되니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한미관계를 끌고 가려면 남북관계는 발전 못해요.

유시민: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참모로 앉혀야겠네요.(일동 웃음)

정세현: 차라리 그게 나아요.

유시민: 영어를 너무 잘하면 아무래도 미국사람의 감정이 빨리 이입되더라고…… 내 겪은 바로는. 한국말밖에 못하는 사람을……

문정인: 여기 우리 김 원장께서는 영어 잘 하는데도, 개스라이팅 사기는 안 당했다고 하는데요.(일동 웃음)

유시민 : 또 어디서 시작해야 될까요. 그렇게 개스라이팅 안 당하신 분이 한번 말씀해주시죠.

김준형: 저는 일단 세 가지로 나눠서 얘기하고 싶은데, 첫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우리의 치트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중 프레임이 강해질수록 이것을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은 무조건 한반도 평화입니다.

이것는 누구에게든 민족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중재자, 당사자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그 부분에서 결국 우리가 주도하려면 아까 여러분이 말씀하셨지만 결국 당사자라는 의식이 있어야 되고 미국을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특히 진보정부에 대해서 늘 초기에 길들이기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아 이상하다. 뭐 친북 아니냐’ 이런 것들을 계속 애드벌룬 띄우면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냐면 ‘아 미국의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프레임에 빠지게 돼요. 저는 그럴 필요가 없이 오히려 미국과는 약간의 불편함이 미국과 협상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불편해라..... 당국에 그런 주문을 하고 싶고.....

조금 불편해도 견디는 것이 우리에게 힘이 생긴다고 저는 믿고요

세 번째는 역설적인데요. 동맹이나 북한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우리의 국력을 생각했을 때 문제해결은 오히려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이 문제를 어렵게 합니다. 특히 비핵화에 너무 매몰되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처럼 좀 격상돼서 넓게 봐라,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문정인: 미국하고 관계가 좋아야만 남북관계도 개선이 되고 북미관계도 개선이 되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자신도 미국을 좀 아는 사람인데 저는 미국사람들 하고 많이 논쟁도 했습니다. 미국하고 쫑이 나야 남북관계가 트일 수 있는 건데 계속 미국하고 쫑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선하려고 하니까 두 가지를 다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 국익의 관점에서 미국이나 북한이나 떳떳하게 할 건 얘기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 하고 두 번째로는 지금 북한 핵문제 해결하는 데 모든 게 미국 중심적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 구도화가 미국과 북한 중심으로 되어 있어요. 이걸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평소 생각하는 게 자꾸 남북, 북미, 한미 3자간의 선순환 구도를 가져오자 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미국에 신뢰가 요즘 갈수록 낮아지는 것 같아요.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도 보세요. 미국의 정책이 항상 옳은 것인가 대한 회의감이 들기 때문에, 저는 이미 지금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6자회담의 폼을 바꿔서 동북아안보 정상회담 같은 것을 좀 만들어서, 한국정부가 주도를 해가지고 남북부터 시작해서 미중, 일본 혹은 러시아까지 넣어서 정상회담을 만들어서 그걸 통해서 풀어야만 핵문제, 경제문제, 제재문제 모든 걸 다 풀 수가 있단 말이에요.

계속 미국을 중심으로 하다보니까 미국에서 삐걱되면 아무것도 진전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이걸 다자틀로 좀 바꾸는 것을 다음정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세현: 한미관계, 북미관계, 남북관계 3자 관계가 선순환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무지개 같은 겁니다.

멋있지, 되면 좋은데. 그런데 무지개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 멀리 가버려. 차라리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한미관계가 때로는 불편해 질 수도 있다는 배짱으로 일을 해 나가야 된다 이거예요.

이종석: 남북 관계와 북미관계 또는 북핵문제의 진전이 완전한 선순환 관계라는 완성형의 모델로 본다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도 마지막에 와서 용기를 내고 있는데, 현실은 국민정서, 국민공감대를 확보하면서 정책을 해나갈 때 힘이 생긴다고 봤을 때 저희가 갖고 있는 역량이 이제는, 더욱이 미국 민주당이기 때문에, 저는 한번 해볼 만하다 생각합니다. 너무 쉽사리 딱 이렇게 안 돼라며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정인: 국제정치이론에서 삼각구도가 제일 불안정한 거예요.

이종석: 저는 삼각구도를 얘기한 것이 아니라……

문정인: 세 행위자가 국제관계를 하는 게 가장 불안정하다는 하는 사실만 알아두면 돼요.

이종석: 한 가지마저 말씀 드리자면, 어차피 대북정책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장 큰 변수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최강의 미국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북한을 우리가 통제 못하는 상태에서 정책을 쓰기 때문에, 항상 희망고문을 당하는 거예요.

원하는 만큼 안되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 속에서 그나마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미국요소나 북한 요소나 우리가 나름대로 한번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넓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유시민 : 자, 이제 마쳐야 될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래도 오늘의 남북관계 또 북미관계 한미관계를 전제로 해서 앞으로 우리가 좀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려고 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하겠다는 점과 관련해서 할 얘기 다했다고 생각하시면 안하셔도 되고요. 혹시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못했네 이런 게 있으시면……

정세현: 제가 먼저 말씀드릴께요. 저는 말을 돌려서 하질 못합니다. 미국을 상국시하는 그 사고방식을 버리면 남북관계의 한반도에 평화는 올 수 있습니다. 미국말을 받아 적고 그대로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문정인: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상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되는 거고, 그러면 한반도 전반적인 구도에서 남북관계가 한미관계보다 사실 더 중요해야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도치된 데서 생기는 문제점인데, 하여간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책임져야 된다는 우리 주인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김준형: 트럼프의 역설적인 공헌이 뭐냐면 한미동맹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그 신의를 지켜도 미국으로부터도 깨질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 깨지는 이유가 미국의 이익이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던 사람에서 얼마든지 깨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럼프하고 미국을 분리하더라고요.

트럼프가 특별히 나빴지 미국은 우리가 신의를 지키면 늘 거기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고요.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한미동맹이 우리의 자산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리 국익보다 앞 설 수 없다는 그 원칙만 가져가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이종석: 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큰 합의건 작은 합의건 그것이 실천이 돼서 성공하는 그런 경험, 다시 말하면 작은 성공이든 큰 성공이든 성공을 한번 해야만 불신의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신뢰상으로.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 예, 오늘 네 분 모두 긴 시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시청자 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셨는데, 그중에 여러 번 그런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는데, 대한민국이 삼면은 바다, 북쪽은 철조망의 섬나라이다. 그 점을 계속 지적하는 채팅창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 토론이 유익했다는 평가도 주고 계시고요. 오늘 토론이 얼마만큼 우리 시민들한테 다가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까 토론 중에 대북정책의 국내비용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요, 결국 지금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 인민들의 지지를 받아가면서 뭘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고요.

그 점이 아버지, 할아버지하고 조금은 다른 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다시 한 번 상황을 말씀 드립니다만, 위험을 감수하고 계몽군주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고요.

그 다음 우리 국민들 시민 여러분들은 대북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정치의 비용 이것이 과대하게 생기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정보를 균형 있게 취합하시고,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그 선택의 기초가 된 어떤 이유들을 좀 더 생각해보시고, 이렇게 차분하게 대북정책에 대해서 임해주시는 게 정부와 대통령이 좀 더 소신 있게 일을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말씀드려 봅니다.

오늘 저 뒤쪽으로 북녘 땅이 보이는 곳에서 10.4 선언 기념 특별 생방송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오늘 이 생방송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는 마지막으로 하는 공식행사입니다.

제가 10월 14일까지 임기라 열흘 정도 남아서 재단에 한두 번 출근해서 결재할 것 결재하고 이러면 이사장 임기가 끝이 날 예정입니다.

3년 전 제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는데 그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노력한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모든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렸는데 얼만큼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특별 방송도 우리 노무현 대통령과 10.4 남북정상 선언의 어떤 역사적 위상과 가치, 그것이 오늘의 우리가 가지는 의미, 이런 것들은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 출연해주신 네 분께 감사드리고요, 기자분들은 모쪼록 맥락 없이 따서 미국은 개스라이팅을 했다든가 무슨 책상을 치고 한판 해야 된다든가 이런 식의 맥락에 어긋나는 보도는 좀 삼가주시길 노파심에서 거듭 부탁드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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