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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동해선 구간 보수하면 TSR 8일 시대 열린다"
"남북 동해선 구간 보수하면 TSR 8일 시대 열린다"
  • 편집실
  • 승인 2021.03.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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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 /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대담

이 글은 지난 1월 초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대담은 전반적인 철도 분야의 남북협력 방안이 주제로 선정되었으며, 특히 동해선 연결의 의미에 대해  진단하였다. 

동해선 가운데서도 현재 구간 공사가 확정된 강릉~제진 구간 윗쪽, 즉 제진에서 금강산까지 현재의 노후화된 북한 선로 보수의 의미가 집중 조명되었다.  

한반도 수송혁명을 이끄는 철도와, 북한경제의 발전에 디딤돌이 될 석탄산업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의 대담을 간추려본다. (편집자 주)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좌)과 나희승 한국철도연구원장(우). (사진 정대영. 2021년 1월)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좌)과 나희승 한국철도연구원장(우). (사진 정대영. 2021년 1월)

 

유정배 사장

대한석탄공사는 해방 후 산업발전기 서민에너지로서 역할을 해왔고, 이제 그 역할을 완료해서 이제 새로운 비전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한석탄공사는 1차적으로 북한의 서민연료 공급 등 민생분야 협력에 우선을 두고 유엔제재라는 현실적인 벽이 있어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차에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 접촉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공사는 남북경협에서 석탄산업의 미래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뎠고, 정책을 개발하고 준비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나희승 원장

일제의 자원수탈이라는 암흑기를 거쳐 해방 후 영암선, 태백선 부설은 석탄증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선박을 이용해 광산지역에서 서울까지 빨라야 3일 만에 운송했지만,  영암선이 개통되면서 석탄이 하루 만에 운송이 가능해졌습니다.

시간이 3분의 1로 줄어든 시간편익 대비 비용편익은 통계상으로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나옵니다. 철도가 부설되면 시간과 공간을 압축해서 지역 간 연결성이 커져 좋은 편익이 발생합니다. 남북관계가 풀릴 때를 대비해서 우리의 과거 경험을 잘 활용해서 철도와 석탄이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분단으로 섬나라처럼 대륙으로 가지 못하고 갇혔지만, 북한 역시 해상으로는 남한을 통하지 않고 석탄을 수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철도의 기능이 중요합니다. 철도·석탄이 같이 가야 북한의 전력난 등을 해소하고 북한 산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봅니다.  

 

유정배 사장

2018년 11월 한미워킹그룹은 남북철도연결 공동조사 사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 했었고, 유엔안보리에서도 남북철도연결 공동조사차 물품이 북으로 가는 물품에 대해 제재를 면제했습니다. 


당시 원장님께서 남북철도공동조사 후 “북한 철도 조사 결과 상태가 생각보다 매우 좋다. 현대화가 시급하다”고 언급하셨는데, 북한의 철도 현실을 직접 조사하셨기에 북한의 화차·기관차·철로 등 기반시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석탄·철도 부문의 남북협력의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희승 원장  

2018년 남북철도공동조사 때 약 10일 간 동해선 800km 구간을 조사했습니다. 강원도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출발해 러시아 하산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구간입니다.

북한이 원산 북쪽으로는 철도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곳곳에 콘크리트 침목이 있었고 레일도 장대화한 것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일정 부분 경제가 좋아지고 철도 투자도 진행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전에는 “북한 철도가 마라톤 선수가 뛰는 정도의 속도다, 20km 정도 속도밖에 안된다”고 낮게 평가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조사 결과 경의선이 대략 50km에서 최고 70km까지, 동해선의 경우 40~60km 정도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물론 금강산 너머 안변역까지는 철도가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곳은 접경지역이고 북한 인구가 많이 살지 않기 때문에 관리의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300km 고속철을 운행하는 우리 눈에는 “40km~50km가 속도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도 2004년 KTX가 개통되기 전까지 여객 수송은 100km 내외였고 물류는 실제 시속 40km로 운행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러시아와 중국도 철도의 물류 평균 속도가 빨라야 40km밖에 되지 않습니다. 몽골은 지금도 화물 철도 속도가 30km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들 철도가 글로벌 물류(국제물류)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철도도 지금 상태에서 조금만 더 투자하면 충분히 글로벌 물류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제재가 완전히 풀리기 전이라도 지금 상태에서는 조사는 가능합니다. 


또 대규모로 자원을 투입하여 본격화하기 전이라도 단계적으로, 남북철도가 최소한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북미회담이 시작되면 먼저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16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강화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철도는 제재를 면제하자고 발의할 정도로 주변국들도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제재국면에서도 러시아 석탄을 나진항을 이용해 해운으로 포항 제철소와 서쪽 보령 발전단지까지 가져온 시범운송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 석탄은 시베리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나진항까지 굉장히 멀리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남북간 석탄 운송은 제재가 조금만 완화되어도 바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남북 간 철도가 운행되면 석탄 뿐 아니라 조림사업도 가능해지고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경협을 재개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나진 혼합궤(표준궤, 광궤) 구간. (사진 출처: 통일부)
나진 혼합궤(표준궤, 광궤) 구간. (사진 출처: 통일부)

 

유정배 사장

지난 참여정부 때 대한석탄공사는 서평에너지를 설립해 북한과 유연탄 광산 1개소, 무연탄 광산 1개소를 합작개발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5.24조치로 무산되고 손해를 적지 않게 입었지만 그 때 조사한 기록들을 보면 북한 석탄의 경제성, 매장량은 남한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하지만 역시 철도수송망이 취약하니까 수송비가 더 드는 문제점도 발견되었습니다.  
북한은 올해 제8차 당대회에서도 북한은 석탄공업발전과 석탄증산의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고 강화할 것을 내세웠습니다. 지금 철도수송망을 개선한다 했을 때, 석탄을 원활하게 운반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하철 2km 건설비용으로 한반도 화물철도 되살릴 수 있어,

동해선 제진~안변 구간 연결하면 유럽화물철도 현실화" 

 

나희승 원장

지난 해 4월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연결 착수식이 있었는데 우선 이 구간을 차분하게 진행하면서 북한 쪽으로 제진~안변까지는 자재·장비를 지원해서 개보수해야 합니다.

철도는 ‘수준의 일체화’가 되어야, 즉 시스템과 속도가 같거나 비슷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북한 철도가 물류운송은 최소 40km 속도를 확보하고 인적 수송은 80km 속도를 확보하는 데 드는 개보수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저희가 추산해본 결과 동해선 제진~원산까지 3천억~4천억 원 가량 개보수비용이면 철도의 기능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KTX 건설은 킬로미터당 600억 원 정도, 서울 도심철도와 지하철은 작게는 1,200억 원에서 최대 1,500억원 가량 건설비용이 소요됩니다. 3천억 원은 서울 지하철 2km 건설 비용인만큼 통일교류협력기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물론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은 앞으로 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이전이라도 제진~안변~원산까지 먼저 개보수해서 1~2년 내 남북 간 철도가 운행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해선 제진~안변 구간을 개보수하게 되면 석탄운송 뿐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교류, 보건의료협력도 가능합니다. 남북 간 정상회담이 동해선 철도에서 열린다면 남북이 신뢰를  회복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제진~한변 구간을 개보수하면 현재의 철도 노선으로도 5년 후 완공될 러시아의 TSR세븐데이 프로젝트와 연계해 꿈의 유라시아 철도 운송이 가능하다.  붉은 색 구간이 강릉~제진 구간. 군청색 구간이 제진~안변구간. (그래픽: 임영규)
제진~한변 구간을 개보수하면 현재의 철도 노선으로도 5년 후 완공될 러시아의 TSR세븐데이 프로젝트와 연계해 꿈의 유라시아 철도 운송이 가능하다. 붉은 색 구간이 강릉~제진 구간. 군청색 구간이 제진~안변구간. (그래픽: 임영규)

 

유정배 사장

지난 해 10월 강원도에 오셔서 ‘유라시아 동해안 철도포럼’을 통해 의미심장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시베리아 화물노선 신설계획으로 인해 동해선의 물류 역할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희승 원장

EU의 석탄철강공동체가 유럽연합으로 가기 전까지 프랑스 떼제베(TGV), 독일의 이체(ICE)가 유럽을 네트워킹하기 시작합니다. 30년간 1만km의 고속철이 유럽의 시공간을 압축하며 유럽이 연합(Union)으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은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10년 간 고속철도 3만km를 건설하고 최근까지 고속철 총연장이 3만5천km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국이 10%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경제의 연착륙을 위한 수단으로 고속철을 활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또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화물 고속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3,4년 전부터 시작한 ‘TSR 세븐데이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TSR 화물철도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운행하는데 2주가 소요됩니다. 러시아는 14일 걸리던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7일 만에 운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TSR 세븐데이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TSR 세븐데이’가 완성되면 유라시아 물류혁명이 예고되기에 벌써부터 글로벌 물류회사들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행운이랄까, 남북관계만 좋아지면 중국의 여객 고속철과 또 러시아의 화물열차와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제진~강릉 간 공사가 향후 5년이 소요되는데, 완공 시점이 러시아의 ‘TSR 세븐데이’ 개통과 시점이 같습니다. 


5년 후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면 동해선 부산~강원도~두만강 노선 1,500km를 하루 만에 운행할 수 있습니다.

‘TSR 세븐데이’ 철도의 하루 주행거리가 1,500km입니다.  부산~두만강까지 TKR 1일, TSR 7일 합해서 8일 프로젝트가 가능합니다.

그 이전에, 1~2년 내 안변~ 원산까지 3,4천억 원을 투입해서 개량해야 합니다. 제재 틀 안에서 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유라시아 화물 철도 글로벌망이 구축되면 유럽(West Bound)으로는 컨테이너 화물, 동아시아(East Bound) 쪽으로는 자원수송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러시아 석탄도 철도로 도입할 수 있고 북한의 석탄을 남쪽으로 들여올 수도 있습니다. 
 

유정배 사장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대한석탄공사는 연탄 등 민생에너지 분야에서부터 남북협력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광산개발, 또 재해를 줄이는 광해관리로 나아가려 합니다. 석탄이 갖는 가장 약점이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인데, 탄소강도를 줄이는 온실가스 저감기술 적용 문제도 여력이 된다면 유관기관과 함께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또 석탄광산이 폐광하면서 겪는 지역사회문제가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산업전환이 이뤄지면서 지역사회가 겪는 공동화(空洞化) 문제를 겪게 되는데, 이런 문제는 북한도 맞닥뜨릴 문제여서 대화를 시도하고 접점을 찾아 적용해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좀더 멀리 보면 동북아 철도 네트워크 전망에 대해서도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자원개발과 남북 철도사업을 위해서는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의제 중심의 논의가 필요한데, 오늘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만남은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나희승 원장


기관차는 국경을 넘을 때는 신호체계 등 철도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합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철도차량 북한지원을 계획했는데 기관차·객차는 전장품 등이 전쟁물자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제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화차(貨車)는 “민생용으로 사용하겠다”고 해서 제재를 면제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남북철도가 완공되지 않아 30량을 중국으로 우회해서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차는 남북간 공동으로 쓸 수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컨테이너 수송은 후순위로 밀려도 당장 화차를 통한 석탄운송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화차를 이용한 석탄의 정기 운송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남쪽의 유휴설비를 조금만 리사이클링하면 북에서도 내구연한만큼 사용할 수 있고, 제재의 허들을 낮추면서 남북협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 철도는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국제협약에 근거해서 평양~북경, 평양~모스크바 국제열차 노선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총회 때 북한이 찬성, 우리가 29번째  OSJD 정회원 국가로 가입하고 올해 6월 서울에서 OSJD장관회의가 열립니다. 북한이 찬성했다는 것은 남북 철도를 연결하자는 북한의 강력한 의지로 받아들입니다.


5년 후 러시아의 화물 TSR 세븐데이가 완성되면, 북한을 통해 들여오는 러시아 석탄운송 사업은 바로 재개될 것으로 봅니다.  

사업을 가시화하기 위해 ‘남북러 석탄철도협력회의’처럼 국제적 협력 차원으로 테이블에 올려 신뢰를 쌓으며 더 큰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석탄은 특정 지역, 특정 국가로만 수출되는 품목은 아니고 러시아로부터도, 또 북한으로부터 수입을 다변화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북한도 충분히 이해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유정배 사장

이런 담론들을 정책으로 만들고 실행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관 간 협력을 넓혀나가고 동기 부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만남을 계기로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협력관계가 발전하고 앞으로 석탄·철강 등 유관기관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포럼 형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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