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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남북 석탄협력으로 평화뉴딜을
【칼럼】남북 석탄협력으로 평화뉴딜을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0.09.27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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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탄공사가 창간하는 격월간 매거진
'서민에너지에서 평화에너지로' 창간호에 기고한 글.

연탄을 쓰던 시절, 찬바람이 불면 서민들은 연탄 구입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정부는 월동준비를 다그치고 신문과 방송에는 대관령과 중강진(中江津) 날씨가 보도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연탄으로 월동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났다. 2016년 남한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 OECD 국가 중 5위를 기록했다.

반면 북한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으로 생산한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석탄수출금지 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되었고, 정치와 경제가 수레의 양 바퀴 같아서 북한의 석탄산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북한 

북한은 석탄증산과 함께 수력발전,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의 여건은 남한과 차이점이 있다.

남한은 그린뉴딜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는 대신 화력발전을 축소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산업 환경도 중화학공업의 과잉투자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스위스에 수소트럭을 수출하는 등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 단계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석탄은 주력 에너지원이자 제1 수출품목이며 최대의 민생용 연료다. 국제에너지기구 통계를 보면 북중 석탄무역이 크게 늘어난 2007년 이후 국내용 석탄이 부족해 북한의 전력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또 다른 통계에는 이 시기 북한은 경제사정이 호전되고 산림녹화가 진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과연 전력보급 없이 가능했을까. 이찬우 일본 테이쿄 대학 교수는 이 기간 동안 북한이 석탄생산량을 늘려 화력발전소에 공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이찬우 저,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북한은 석탄에 의존하면서도 1994년 UN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왔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여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 

평화뉴딜의 출발은 석탄협력부터

세계 각국은 환경문제를 두고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자”는 합의를 했다. 

교토협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중국과 인도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중국은 “우리에게 역사적 책임이 없다”고 반박하던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1800년 이후 지구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총량의 85.9%를 선진국이 공짜로 배출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파리회담이 열렸던 프랑스도 에밀 졸라의 소설 ‘제르미날’ 시대를 거쳐왔고, 영국과 독일 등 다른 OECD 경제력 상위 국가들에게도 역사적 책임이 있다.  

남한도 연탄을 많이 사용하던 1970~80년대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제조업 과잉투자와 생활수준 향상이 이뤄지면서 2017년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1990년 대비 142.7%로 치솟았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의 역사적 책임 문제를 절충하기 위해 교토협약에서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에 합의했다.

한 나라가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여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저감기술이 낙후한 개발도상국가에 지원하면 비용 대비 감축효과가 더욱 높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북한은 UN과 유럽 NGO 등 정치적 중립지대를 통해 CD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산림 분야 등에서 북한과의 CDM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CDM 협력으로 남한이 북한에서 가져올 탄소배출권의 가치가 111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실가스 협력은 남북 모두에게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석탄 협력을 건너뛸 수는 없다. 남을 존중하면 스스로도 존중받듯이, 북한의 핵심 산업부터 협력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는다.

지난 정부에서 나진항 활용 측면에서 함경북도 일대 탄광현대화 사업을 검토했지만 이제 북한을 상업적 배후지(Hinterland)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민생용 연탄 협력은 남북 석탄협력의 출발점이다. 북한의 농촌 주민들은 장작·농업부산물 등 생물성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2012.UNEP).

생물성 연료는 연탄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인체에도 해롭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 지원한 연탄이 북한의 산림녹화와 혹한기 난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연탄을 직접 지원하면 보조금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해 정부 부담이 늘어난다면, 민간 차원의 남북 연탄협력을 복원해야 한다.

당장 실현이 어렵더라도 광산 현대화는 전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남한이 보유한 광산 장비와 현대화 기술은 북한 석탄산업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좁은 경사지에서 석탄을 채굴하면서 얻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다.

우리 석탄산업은 생산관리, 장비효율, 광해방지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석탄공사는 남한이 북한 석탄광의 생산성을 단기간에 3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석탄 연료 품질, 발전소 설비·연소 등의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기술 협력도 가능하다. 

선진국은 의레 개발도상국에 기술의 일부만 떼어주고 이익을 가져가려 한다. 한국도 선진국에 이익을 내어주었지만 한계를 넘어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기술 국산화를 이루어냈다.

북한 역시 전후 일본의 경사생산(傾斜生産)처럼, 석탄으로 모든 산업부문의 부흥을 이끌어내면서도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한반도신경제구상이 '하나의 시장'을 추구하듯이, 석탄산업 협력으로 평화뉴딜의 첫 단추를 꿰어서 남북이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해야 한다.    

기후이탈에 직면한 한반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기후변화란 어느 한 나라만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저개발국이 겪는 고통이 더 크다.

미국의 생물지리학자 등은 2013년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2042년 경 서울에서도 ‘기후이탈’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 이탈’(Climate Departure)이란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 기상이변이 지구촌을 뒤덮는 현상을 뜻한다.

기자들이 즐겨 쓰는 ‘100년만의 한파’, ‘50년만의 기록적 폭우’ 등의 뉴스 제목이 매해 갱신되는 날이 온다는 의미다.  

40km 거리의 개성과 서울의 기후가 다르지 않다. 우리가 딛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으면서, 남북이 석탄 협력을 시작으로 한반도의 청정개발을 설계하는 평화뉴딜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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