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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북한 토지개혁을 위한 공공토지 임대론
【서평】북한 토지개혁을 위한 공공토지 임대론
  • 남북경협뉴스
  • 승인 2020.05.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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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찬 지음.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기획.

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토지투기가 일어나고 금융위기론이 거론되는가.
저자는 중국의 공공토지임대제 제도를 연조제(매년납부방식)와 출양제(한꺼번에 납부하는 방식)로 비교한다.
그 결과 중국과 홍콩의 토지제도는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토지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남북경협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만, 북한의 토지제도를 정면으로 다룬 성과물은 많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땅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 아파트 가격에 관심이 고조되자  “평양 자이 분양권이 은마아파트 재개발보다 빠를 것"이라는 농담 섞인 소리도 들린다. 

북한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가능할까. 아니면 토지의 사적 소유는 불가능하고 영원히 국가 소유로 남아있을 것인가.


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할까 

조성찬 박사가 최근 발간한 책 <북한 토지개혁을 위한 공공토지임대론> * (도서출판 한울, 2019.11 발행)은 북한의 토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조성찬 박사는 오랫 동안 사회주의 국가의 ‘공공토지임대’ 제도를 연구해 왔다. 저자는 2010년 중국인민대학학교에서 중국의 토지제도와 북한의 토지제도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저자는 홍콩이 반환된 이후의 홍콩의 토지문제도 깊이 있게 연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결론짓는다. 중국은  토지사용료를 매년 받는 방식(토지연조제) 대신 일시불 방식(토지출양제)을 적용했다. 저자는 이후 중국 전역에서 주택가격 급등과 부동산 투기 열풍을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조성찬 박사는 책을 출간한 후 가진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서 이렇게 말한다. 

“왜 중국에서 금융위기 오는가. 근본 원인은 지대 자본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과 부동산 거품구조가 형성되었다."

저자는 북측의 토지 제도도 중국이 실패한 ‘일시불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 사례로 개성공단에 적용한 토지계약을 든다.

북한은 2002년 12월 토지공사, 현대아산과 토지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50년 토지이용권을 1600만 달러로 책정하고 10년 후부터는 토지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북측 경제특구 토지제도는 ……. 중국 선전의 이전 모델인 ‘토지출양제(토지개발비 포함) +토지사용료 납부’ 모델과 유사하다. 즉 50년 단위로 토지이용권을 매각하면서 일시에 임대료를 받으며, 동시에 매년 토지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본문 274쪽) 

여기서 토지출양제란 무엇일까. 출양(出讓)은 말 그대로 나아갈 출, 양도할 양 즉 국가 소유의 토지 사용권을 밖으로 내보낸다 뜻이다. 예를 들면 50년간의 토지사용료를 한꺼번에 받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렇게 일시불 경매방식으로 토지를 처분하면 정부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토지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와 반대로 연조제(年租制)는 국가가 매년 토지가격을 책정하여 임대료 기준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국가가 일시불 소득을 얻기는 힘들지만 토지가격 급등을 통제할 수 있다. 

저자는 북한의 공공토지임대제도가 연조제를 도입해야만 중국이나 홍콩의 실패를 되풀이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토지제도 변경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폭등과 홍콩의 우산시위

그렇다면 중국의 출양제 방식의 토지공유제는 왜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했을까. 조성찬 박사는 ‘홍콩의 토지 문제’를 거울처럼 들여다보면 중국 토지임대방식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기 홍콩식 토지공개념은 누구도 사회주의로 매도하지 않았다. 자유시장경제와 조화를 이루었으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체제전환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말한다. (206, 207쪽). 

1841년 영국이 홍콩섬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할 때 홍콩의 토지는 ‘개인 사유’가 아닌 ‘공공 소유’ 임대제로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반환 전후 홍콩은 연조제에서 한꺼번에 받는 방식(출양제)으로 토지정책을 바꾸었다. 이 때부터 중국 투기자본이 밀려들고 금융자본이 더해져 홍콩 주택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저자 뿐 안니라 중국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직접 체감한  홍콩의 임대료는 서울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고 한다. 그가 2018년 홍콩을 방문했을 때 가정용으로 임대되는 호라이즌올스위트 호텔의 12개월 장기임대료가 우리 돈으로 월 313만원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70% 이상의 홍콩 가구가 월 300만원 이상의 고액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찬 박사는 한 발 더 나아가  2014년  ‘우산시위’로 폭발된 홍콩독립요구의 밑바닥에 토지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국양제가 작동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근본 원인이 홍콩의 ‘불평등한 토지 문제’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저자는 홍콩의 출양제 방식 공공토지 임대제에 비판적이면서도 싱가포르가 채택한 출양제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성공한 싱가포르의 공공토지임대제도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토지국유화를 지속해서 2005년 85%의 토지를 국유화했다고 한다. 그 결과 싱가포르 주택보급률은 110%가 넘었다. 또 국민의 85%가 정부가 공급한 HDB아파트(한국의 토지임대부 주택)에 살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주택가격 안정은 임금상승을 억제하여 싱가포르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꺼번에 임대료를 걷는 방식(출양제)를 택했음에도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고,  개발이익환수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토지는 사회적,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공 가치이며, 지대(地代)는 제대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핵심 정책 원리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예외적이긴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토지공개념은  ‘연조제’가 가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특히 국가소유 단계에서 ‘토지임대’로 넘어가는 북한에서 이같은 연조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저자는 북한의 토지임대제도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개성공단 사례와 같은 토지출양제(일시불)는 매년 토지사용료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특구 내에서는 북한기업과  개인이 토지이용권을 소유할 필요가 있다. 외국기업과 일하는 북한 기업들은  토지이용권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북한 토지임대법 3조는 개인이 단독으로 토지이용권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셋째, 경제특구 이외 지역에도 토지이용권 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의 토지이용권 설정은 ‘농업생산력’ 증대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토지제도, 연조제 도입과 부분적 사유화가 필요하다 

조성찬 박사는 ‘하나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 중국의 토지문제를 살폈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 뿐 아니라 핀란드, 호주 캔버라 등의 토지제도를 살피면서 '사적 소유 토지제도'가 아닌 공공토지임대제의 사례를 비교했다. 

저자는 사회주의 국가의 토지문제 해결방안으로 제임스 미드(James Meade)의 이론을 인용한다. 

197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자유 사회주의’ 이론가인 제임스 미드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시장 자본주의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세금이나 채권 외에도 토지사용료를 재원으로 확보할 수단을 가지게 되면 시장경제가 더 잘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전 세계가 앓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 북한의 토지 물권을 자본주의식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관점에 사로잡힌 우리의 접근법이 '떳다방'의 인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필자는 책의 말미에 남북이 '하나의 시장'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치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도 짚었다. 북한전문가에게 필독서이자 일반인들에게도 토지의 역사와 경제철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조성찬 박사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를 졸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인민대 토지관리학과에서 ‘중국 도시 토지연조제의 조선 경제특구 적용모델 연구’(2010) 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토지+자유연구소에서 활동하다 2019년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23017년에는 제2회 김기원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의 기획으로 출간되었다. 아시아도시사회센터는 동아시아의 대안적 도시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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