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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게임, ‘은별바둑’에서 ‘소년장수’까지
북한 게임, ‘은별바둑’에서 ‘소년장수’까지
  • 강진규 NK경제 대표
  • 승인 2019.10.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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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게임 산업은 스마트폰 보급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중국 업체의 의뢰로 북한 개발자가 아이폰 게임 어플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북한에서 인기 있는 ‘소년장수’ 등 콘텐츠 원형을 가공한 게임은 인기가 높다. 북한 게임 산업의 가능성과 현황을 살펴본다.

“심각한 게임 중독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학부형들은 자식들에게 게임 중독의 해독성을 잘 설명해주고 게임을 절제 있게 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글은 우리가 흔히 뉴스, 보고서, 토론회 자료 등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글이 수록된 것은 2018년 10월 12일자 북한 노동신문이다. 노동신문은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전자오락중독'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없는데 교통사고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없는데 북한 노동신문이 게임 중독을 우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즉 이 내용은 북한에서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IT분야의 한 축으로 1990년대부터 게임 개발을 추진해왔다. 게임 개발은 북한 입장에서 외화벌이를 위한 좋은 수단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PC 게임을 넘어 온라인 게임, 3차원 게임,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외화벌이를 위한 게임 개발뿐 아니라 북한 내 사용자들을 위한 게임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알파고 이전 최고의 바둑 게임 ‘은별 바둑’ 

북한은 1990년대 컴퓨터, 소프트웨어(SW)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게임 개발도 함께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별 바둑 프로그램이다. 1997년 12월 18일 연합뉴스는 북한 잡지 민주조선을 인용해 ‘은별컴퓨터기술무역센터’의 과학자들이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제 대회에 출품했다고 보도했다. 1999년 7월에는 국내 한 IT업체가 일본 업체를 통해 은별 바둑을 수입한 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한 구글 알파고(AlphaGo)가 바둑게임을 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둑 프로그램으로 손꼽혔던 것이 은별 바둑이다.

북한은 은별 바둑 개발을 통해 외화벌이는 물론 인공지능(AI) 기술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이후 은별 바둑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은 장기 게임 등도 선보였다. 북한의 게임 개발은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온라인,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 게임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북한 게임 분야에 대한 시장, 산업 규모 등이 북한의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IT 기업들의 활동을 통해 게임 산업 발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애플 아이폰용 게임 앱 개발

필자는 2010년 9월 중국 단동해납과학기술유한공사를 취재했다. 이 회사는 북한 조선선봉회사와 협력해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진행했다. 북한 개발자들이 SW를 개발하면 단동해납과학기술유한공사가 판매하는 구조였다. 북한 개발자들이 개발한 11개 애플 아이폰용 앱 중에는 탱크, 오토바이, 퍼즐 등 게임들이 있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조선륙일오편집사는 과거 남한 단체, 언론사, IT기업 등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조선륙일오편집사가 작성한 2011년 연구개발 소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3차원 화상처리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다.
조선륙일오편집사는 소개 자료에서 3~4인이 참여할 수 있는 휴대폰용 마작 게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컴퓨터와 탁구를 할 수 있는 게임, 3차원 골프와 당구 게임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기 액션 게임과 중국 고전소설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역시 사례로 소개됐다.

 

북한 IT업체, 중국에 3차원 롤플레잉 게임 수출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한 북한 IT 업체 조선엑스포는 2014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3차원 롤플레잉(RPG) 게임을 중국에 수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조선엑스포가 공개한 게임 화면을 보면 그것은 온라인상에서 3차원 캐릭터를 조종하는 무협 롤플레잉 게임이었다.

2019년 8월에 나온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석사논문 ‘북한 스마트폰의 기술적 분석 : 평양2423 모델 중심으로’는 2018년 10월 출시된 북한 스마트폰 평양2423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평양2423에는 14맞추기, 5인 주패놀이, 풀면수재2048, 별찌까기, 장기명수 등 5개의 게임 앱이 탑재돼 있다. 앞선 버전인 평양2418에는 고양이발도장, 보석맞추기, 타일맞추기, 류경바둑 등 게임이 들어 있다고 한다. 평양2423에 탑재된 모바일 앱스토어 프로그램 ‘나의 길동무 4.1’은 152개의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북한 스마트폰 게임 확산은 휴대폰 보급 확대와 연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 2008년 이동통신 서비스가 다시 시작된 후 휴대폰 보급 대수가 500~600만 대로 추정된다. 평양 등 대도시 지역의 보급률이 높다고 한다. 북한 사회에서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스마트폰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대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글로벌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는 2018년 5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2018년 703억 달러(약 76조 원) 규모인 모바일 게임 시장이 2021년 1064억 달러(약 115조 원)로 설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주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연평균 26.8%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행성 게임 제작 판매 등 비합법적인 활동 몀춰야 

북한 게임 개발과 관련해 협력을 추진하고자 할 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북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이용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문제다.

과거 북한은 사행성 게임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비합법적인 활동을 한 사례가 있다. 카지노, 도박, 온라인 경마 등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남아 등에서 판매한 것이다. 앞서 설명한 조선엑스포도 자사 홈페이지에서 사행성 게임 개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행성 게임의 개발은 북한 게임 산업 전반의 인식을 나쁘게 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온라인 게임에 자동사냥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에서처럼 사용자가 직접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게임 내의 몬스터를 잡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 아이템 거래 등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게임 회사들은 오토프로그램 사용을 금지, 단속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 한국 등의 온라인 게임을 분석해 오토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한 전력이 있다.

 

게임 저작권 문제 해결해야

게임 저작권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나라 기업들이 개발한 게임을 불법으로 개조해 활용했다.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151의 경우 고속조약, 고무총쏘기, 말하는곱슬이 등 게임이 탑재돼 있다. 그런데 고속조약은 일본 게임업체 세가의 소닉을, 고무총쏘기는 핀란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앵그리버드를, 말하는곱슬이는 유럽 게임업체 아웃핏7(Outfit7)의 토킹 진저를 가져다 쓴 것이다.  

필자가 일본 세가 측에 북한에 라이선스를 제공한 적이 있는지 직접 문의했지만 세가는 북한의 활동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문의에 대해 저작권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북 제재가 해제되거나 남북 게임 산업 협력을 추진할 때 이런 저작권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북한 내부적으로 변수도 있다. 앞서 노동신문의 지적처럼 북한에서 게임 중독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남한에서 게임 산업이 발전한 후 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고 정부가 게임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한 사례가 있다. 향후 북한에서도 게임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사행성 게임 개발, 저작권 위반, 게임 중독과 규제는 남한에서도 나타났던 문제다. 남북 게임 산업 협력을 추진할 때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구려 배경 ‘소년장수’ 콘텐츠 게임화 

최근 북한 게임 산업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중에는 앞서 제기한 문제를 해소할 실마리도 있다. 우선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변화가 나타났다. 북한이 고유 콘텐츠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는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게임, 음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북한에서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소년장수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소년장수는 1982년에 제작을 시작해서 1997년까지 방영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2015년부터 새로운 소년장수가 방영되고 있다.

북한은 소년장수를 토대로 게임을 만들었다. 2016년 북한 인공지능연구소는 소년장수의 등장인물인 날새가 악역인 호비를 피해 도망가는 내용의 ‘날새의 탈출’이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또 2019년 9월 1일 아리랑메아리는 3차원 게임인 ‘무술시합’이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술시합도 소년장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무술시합은 사용자가 만화영화 소년장수의 세계로 들어가 고구려의 전장에서 싸우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소년장수 이외에도 ‘다람이와 고슴도치’, ‘령리한 너구리’, ‘고구려의 젊은 무사들’, ‘고주몽’ 등 만화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소년장수 만화를 게임으로 개발한 사례는 다른 북한 콘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교육용 게임 개발 노력

북한에서는 최근 교육용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아리랑메아리는 대영정보기술교류소가 휴대폰용 지능오락프로그램 ‘수학려행’을 개발했다고 9월 2일 보도했다. 수학려행은 수학 계산과 게임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북한은 기억력 테스트, 영유아 교육용 등 교육과 게임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용 게임 활성화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줄여줄 수 있다.  

북한 게임은 기술적으로도 변하고 있다. 아리랑메아리는 2019년 9월 10일 가정용 게임기 ‘모란봉’을 소개했다. 모란봉은 동작을 인식하는 촬영기와 운동발판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엑스박스(xbox) 키넥트, 닌텐도 Wii와 같이 실제 동작을 기반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아리랑메아리는 모란봉을 이용해 체력 단련과 비만증, 키 크기 등에 좋은 다양한 운동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투스 이용한 스마트폰 게임 ‘태권도강자대회2018’

북한은 단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적인 스마트폰 게임인 ‘태권도강자대회2018’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태권도 대전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에 앞서 배드민턴 게임 등에도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바 있다.

북한에서도 게임 개발을 하면서 최신 기술 연구와 적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북한에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한 게임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바둑, 장기 등 PC용 게임부터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스마트폰 게임 등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동작인식, 3차원 그래픽 처리기술, 무선통신 기술 등을 접목 발전시켰다. 특히 북한은 남한, 일본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으로 그래픽 처리 분야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게임 개발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그동안 일본, 중국에 하청 형태로 게임을 공급한 것으로 볼 때 개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부족한 것은 자체적으로 게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경험과 게임 제작에 필요한 콘텐츠, 스토리 등이다. 가령 남한의 애니메이션, 영화, 가수 등을 활용해 북한 개발자들이 게임을 제작하고 3국에 수출을 하는 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게임 개발 경진대회, e스포츠(게임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 대회 등을 통해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남북 청소년, 청년 등이 함께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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