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산협력, 축산강국의 지름길
남북 축산협력, 축산강국의 지름길
  • 이태헌 (사)통일농수산 대표
  • 승인 2019.09.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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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 대표

남북 축산협력, 한반도 축산업을 품는다 

우리 축산업의 생산액은 지난해 기준 약 18조원 규모. 전체 농업생산액 43조 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축산 전문가들은 “전·후방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산업규모가 70조 원, 관련 종사자는 90만 명에 달하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축산업은 농장의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무역, 외식 등의 연관 산업으로 산업의 개념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축산업은 또 사료, 종축, 약품, 수의·방역 등의 관련 산업의 토대 위에서 성장 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전통적 축산업이 이제는 전후방 산업과 연계되고 확장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하겠다.  

반면 이 같은 급성장 이면에 우리 축산업의 그늘도 깊어 졌다. 환경오염과 질병문제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냄새없는 축산’ 또는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형 축산’ 등이 중요해 졌다. 그렇지만 성과가 더디다. 환경정책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이다. 질병관리 역시 어렵다. 수의방역 정책은 늘 강화되어 왔지만 번번이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한반도 양돈업의 위기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폭등했다. 9월 중순 현재 13주 연속 오름세다. 상반기보다 46% 이상 폭등한 셈이다. 최근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탓이다. 농장에서는 기르던 돼지가 집단 폐사했다. 차단방역의 일환으로 인근 농장의 돼지까지 살처분했다. 이제 중국은 극심한 돼지고기 수급난에 겪게 될 것이다. 

중국은 결국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강력한 환경정책을 유보하려는 속내를 밝혔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십만 개의 양돈장을 폐쇄하던 것이 중국의 조치였다. 이제 중국은 양돈장을 확장하거나 시설을 개선할 경우 최대 500만 위안(약 8억 원)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결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유럽과 중국, 아세안을 거쳐 한반도로 건너 왔다. 북한에선 올해 초에 발병했고, 남한에서는 지난 9월에 파주와 연천에서 발병했다. 우리 정부는 인근 농장의 돼지까지 살처분 하면서 차단방역에 나섰다. 이 질병은 현재 치료제가 없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반도의 양돈업이 위기에 빠졌다. 


북한의 고리형순환생산체계

현재 남한에서는 이전의 부업축산이 쇠퇴하고 대신 전업형태의 축산농가로 대체되었다. 기업형 축산으로 변모한 농장도 적잖게 생겼다. 사양기술은 크게 높아졌고, 농장시설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이와 함께 육가공 및 유가공, 사료, 종축 등 전후방 산업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국제경쟁력을 높여왔다. 

문제는 환경오염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이에 대한 규제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축산에 적합한 부지를 신규로 확보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축산농가에게는 이중삼중고가 아닐 수 없다. 미래의 축산이 생산측면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과 질병관리, 그리고 식품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면 우리 축산업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남한은 그동안 환경오염을 낮추기 위해 ‘축분자원화사업’을 강도 높게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정작 축분퇴비를 활용하려는 경작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축분을 처리하기 위해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또한 발전소를 지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진척이 더디다. 당장 지역주민의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는 게 버겁다. 

그렇다면 남북 간의 축산협력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북한이 우리에게 새로운 축산기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한반도 축산업구상에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겠다. 당연히 남북 간의 축산협력 기지는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적고, 수의방역에도 용이한 곳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모형은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강조해 온 북한의 농축산정책에도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축산협력 거점으로 떠오른 세포축산기지

북한의 축산 정책과 의지는 최근 그들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조성한 ‘세포등판축산기지’에서 잘 드러난다. 이곳에는 북한 축산업의 기술과 열망까지 함께 담겨 있다. 최근 세포축산기지를 방문한 해외동포들의 전언과 조선중앙통신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당초 우리의 짐작보다 한발 앞선 현대화된 축산단지의 면모를 갖춘 듯하다. 

현재 이곳에는 1만ha 이상의 인공초지와 주변 경사지의 자연형 초지를 비롯해 축사와 도축가공시설, 수의방역시설, 축산과학연구시설, 전력공급시설, 그리고 주민들의 살림집과 후생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이곳에는 북한 식 IT기술도 접목되어 있다. 김정은 시대의 축산업 진로를 엿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 2012년 9월 세포등판에 대규모 축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당시 북한은 이를 위해 당과 내각, 군인까지 수만 명을 건설현장에 투입키로 하고, 이를 ‘922돌격대’라고 칭했다. 전국단위의 돌격대는 세포, 평강, 이천군을 포함한 5ha의 세포축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세포등판축산기지 국토건설총계획’을 수립했고, 이후 4년 연속 신년사에서 이를 언급하며 독려해 왔다. 2017년 10월 마침내 세포축산기지가 준공되었다. 2018년 보완공사를 포함하면 5년 이상 강행된 사업이다. 향후 이곳에서 소, 돼지, 양, 염소, 오리 등을 포함해 50만 마리를 사육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세포축산기지에 대해 자연대개조 또는 후천개벽의 현장으로 추겨 세우고 있다.

북한의 세포축산기지는 이제 남북 축산협력의 중요한 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 했다. 이곳은 대관령목장보다 25배, 세계의 최대 규모인 뉴질랜드의 ‘펨버 스테이션’(Mt. Pember Station)의 규모에 비해서도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미래 축산업에 대한 북한의 구상도 담겨 있다. 강원도는 이곳을 중심으로 남북강원도 축산협력을 구상하고 있으며, 축산 업계 역시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이곳에 대한 진출가능성을 점검해 왔다.

 

남북 축산협력의 선순환 효과

향후 남북 간의 축산협력에는 부업축산을 지원하는 방안과 투자협력 방식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개발협력지원’과 ‘경제적 투자협력’, 그리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당국 간의 협력 등이 통합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유무상통의 방식과 상호보완적인 협력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축산의 취약성은 사료와 수의약품, 축산설비 등의 부족과 종축개량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남한의 축산업은 이 같은 측면에서 도리어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고밀도 사육방식과 축산분뇨의 처리 곤란, 인력부족 등에 시달린다. 북한에서는 비교적 해결하기 쉬운 문제들이다. 남북 간에 서로의 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강하게 하는 협력방식이 가능한 셈이다.  

한편 북한은 ‘고리형 순환생산체계’ 방식의 농업을 강조하면서 축산업을 중요한 축으로 강조해 왔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방식’의 기본요소로 축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축산업 발전의 4대고리’라 하여 종축의 개량, 먹이(사료 초지)문제 해결, 과학적인 사양관리, 수의방역 대책 등을 핵심적 과제로 꼽고 있다. 

향후 정부 차원의 협력을 통해 검역, 통관, 방역, 종축개량, 인력육성 등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남북이 축종별 축산단지를 공동으로 조성할 수 있다면 민간부문의 경제적 투자협력은 예상보다 폭넓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축산협력단지는 산업단지처럼 투자협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미래 한반도축산의 자산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축산협력단지에는 남한의 축산업이 이전할 것이며, 전후방산업도 발 빠르게 진출할 것이다. 앞선 수의기술과 사육경험도 이전될 것이다. 나아가 육류 및 유제품의 가공공장과 사료공장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축산 장비·설비의 운용효율성도 높아져 전체 경영수지를 개선하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종축농장, 사료공장 진출의 길 모색해야

남북 간 민간부문의 축산경협은 예상보다 빨리 다양한 방식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에 축산협력단지가 조성된다면 남한의 농장을 그곳으로 이전하는 축산기업이 크게 늘 것이라는 진단이다. 환경에 대한 부담과 축산인력의 부족 때문이다. 

또 어린 송아지를 북한의 농장으로 보내 일정 연령까지 위탁사육 한 후 이를 되사는 방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이는 한우와 비육우를 키우는 축산경영체가 추진하려는 방식이다. 이 같은 위탁사육 방식으로 생산비를 낮추게 된다면 이는 향후에 한우의 시장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식이 될 것이다.    

민간기업의 종축농장도 북한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원원종 농장은 아니겠지만 원종농장은 북한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시장도 함께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약품과 용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대북진출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단미사료와 가축영양제 등 사료첨가제를 취급하는 기업도 대북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자가배합형 사료를 먹이는 농장에서는 사료첨가제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 또는 대형 외식업체, 그리고 건강식품 제조업체에서도 북한 내에 시범농장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대북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개설 대신 계약사육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제품의 브랜드 개발과 홍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현지에서 일정 수준의 가공처리된 것을 반입하려는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대형 사료공장은 평양 인근과 세포축산기지 등 특정 지역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규모의 경제성을 갖춘 사료공장을 짓고 운영하려면 적정 규모의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근 농장의 사육마릿수가 약 10만 마리 이상을 웃돌아야 사료공장을 짓겠다고 할 것이다. 도축설비를 비롯해 육가공 또는 유가공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다. 이들 분야는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북 진출에 따른 부담이 높다고 하겠다. 농협 또는 공기업의 동참이 필요하다. 

 

소비패턴 변화, 축산협력 재촉한다

지난해 처음 ‘단백질 위기(Protein Crisis)’라는 문제를 제기했던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단백질부족 규모가 1,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닭고기나 소고기, 물고기 등으로 대체소비가 이뤄지더라도 이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은 “중국의 ASF 여파는 향후 10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그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우리의 식품소비패턴은 쌀 중심에서 축산물로 급격히 이동했다. 1인당 육류소비량은 약 60kg, 우유소비량은 80kg, 계란소비량은 13kg 에 달한다. 쌀 소비량이 60kg 이내로 급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기 없는 밥상’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에게도 축산이 그 만큼 중요해 졌다. 남북 간의 축산협력은 먼 미래까지 아우르는 일이다. 민간부문에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적 투자협력의 여지가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남북 축산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당국 차원의 구상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반도 축산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과 지혜로운 대처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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