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의 이해관계와 남북협력의 이득
지재권의 이해관계와 남북협력의 이득
  • 이승룡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남북 지식재산권 교류협력 특별위원장
  • 승인 2019.09.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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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과 남북협력(2)

북한의 지재권 조약 가입 

자신의 발명을 국내에서만 특허등록을 받지 않고 국제적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경우, 특허협력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에 따른 국제특허출원을 흔히 이용한다. 국제출원일로부터 30개월이라는 여유를 두고 보호받을 국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인데, 국제특허출원을 하려면 PCT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152개국이 PCT 조약에 가입하였고 남한은 1984년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보다 4년 빠른 1980년에 PCT조약에 가입하였다.

국내 상표를 세계 여러 나라의 상표등록으로 보호지역을 확장시키려는 경우, 마드리드 의정서(Madrid Protocol)를 통해 국제상표등록을 받는다. 국제상표등록은 해외 상표등록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줄 뿐만 아니라 상표권 관리에도 장점이 크다. 마드리드 의정서에 가입한 나라는 현재 105개국이고 남한은 2003년에 가입하였다. 북한은 남한보다 7년이나 앞선 1996년에 마드리드 의정서에 가입하였다.

디자인도 하나의 출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다. 헤이그 시스템(Hague system)을 통해 국제디자인출원을 할 수 있는데, 현재 헤이그 시스템에 70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남한은 2014년에 가입하였다(1999년 Geneva Act). 여기서도 북한은 남한보다 22년 일찍 1992년에 헤이그 시스템(1960년 Hague Act)에 참여하였다(1999년 Geneva Act에는 2016년 가입).

다만,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베른 협약(Berne convention)에 대해서는 남한이 1996년에 가입하여 2003년에 가입한 북한보다 7년 빠르다. 북한에서 지재권이 잘 보호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러나 지재권 관련 국제조약의 가입에 북한이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최근 북한은 지식재산을 경제강국의 건설을 위한 전략자원이라고 언급하면서 ‘지적소유권국’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지재권 보호의 이해관계 

지재권은 국제적인 성격이 강하다.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상품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데, 상품에는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가 결합되어 있어서, 이들 지재권을 좀 더 쉽게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모든 회원국은 무역에서 최혜국대우를 누리는 대신, 지재권 관련 부속협정(TRIPS)에 서명하여 일정 수준의 지재권 보호를 위한 국내법 개정을 의무로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재권 보호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한은 2018년 지재권 무역수지가 7억 달러 적자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 적자를 기록하였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46억 달러, 7억 달러 적자,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각각 30억 달러, 24억 달러 흑자를 냈다. 남한은 계속되어 온 지재권 무역수지의 적자폭을 줄여가며 이제 흑자로 넘어갈 수 있는 전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재권 무역수지는 선진국에서 흑자를, 개발도상국에서는 적자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지재권 보호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반될 수 있다. 선진국은 지재권 보호를 강화시키는 것을 원하고, 반면에 개발도상국은 지재권 보호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의 경우에도 지재권 보호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남한은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연합과 함께 전 세계 특허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IP5의 일원으로서 5개 지역 특허청 간의 협력체를 운영하면서 지재권의 적극적인 보호를 표방하고 있다. 남한은 북한에게 국제조약에 가입하고서도 왜 남한의 지재권을 보호하지 않느냐고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다. 반면에, 북한은 정치적인 이유 이외에 현실적인 관점에서 ‘남한 지역에서 북한 지재권 보호’가 당장은 시급하지 않다고 여겨 지재권 남북협력의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었는지도 모른다. 

 

지재권 보호. 남북 모두에 이득 

그러나 지재권 보호를 통해서 얻는 성과를 따져본다면 지재권 무역수지의 결과는 단편적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지재권 해외 출원의 1순위, 2순위로 미국과 중국을 선택하는 것은 엄청난 숫자의 소비자가 있는 큰 시장을 1건의 지재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에도 북한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의 지재권 보호를 규모가 훨씬 큰 남한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북한에게 커다란 이득이다. 

구매력이 상당한 남한의 수요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상품이라면 북한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미처 남한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상품에 결합된 지재권이 남한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만일, 북한에서 제공하는 상품만이 남한에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남한기업이나 외국기업이 같거나 비슷한 상품을 남한에서 마음대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은 초기 단계에서만 수익을 거둘 뿐이고 그 수익은 지속되지 못한다. 북한이 남한에서 오늘 지재권을 출원하더라도 1, 2년이 걸리는 심사기간을 고려한다면, 1, 2년 뒤에야 북한의 지재권이 남한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북한이 지재권 남북협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남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오늘 출원하지 못하는 지재권은 향후 10년, 20년의 존속기간이 북한에서 날마다 사라진다는 점에서 남한기업의 북한 지재권 보호는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미국, 중국을 포함하여 국제조약에 가입한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서 정상적으로 지재권을 등록받을 수 있는데, 남한만은 예외적으로 지재권 보호가 차단되고 있는 역차별은 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남한은 지재권 무역수지의 적자규모를 축소하며 흑자의 전환점으로  뛰고 있다. 만일, 북한이 지재권 무역수지에서 당장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지재권 남북협력의 논의를 후순위로 제쳐둔다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점이 넘어가는 시기는 그만큼 더 멀어질 것이다. 지재권 보호로 뒷받침되고, 북한주민의 창의와 혁신에서 나오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는 것도 그만큼 오래 걸릴 것이다. 

비근한 예로, 후발개도국으로 WTO에 가입하면서 TRIPS 협정에 서명하고 지재권 보호의 수준을 끌어올린 중국이 이제는 지재권 침해의 손해배상 평균액에서 남한을 넘어선다는 평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지재권 남북협력, 빠를수록 이득

북한이 지재권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에 적극적으로 가입한 것은, 지재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북한의 지재권을 세계에서 보호받는 것은 물론, 외국의 지재권도 북한에서 보호하겠다는 의사의 표시이다. 남북한은 정치적인 이유에 가로막혀 지금까지 지재권 남북협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평화경제가 시작된다면 남북경협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튼튼하고 순조롭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지재권 남북협력이 어서 준비되어야 한다. 지재권 협력의 문제는 제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지재권 남북협력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 우선, 남한은 북한의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수 있다. 남한의 특허정보시스템은 동남아는 물론 UAE,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지역에서도 구축되고 남미의 파라과이까지 수출될 만큼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북한의 시장 개방 신호가 명확해진다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의 지재권 출원이 북한에 들이닥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북한의 특허정보시스템 구축 지원은 지재권 남북협력의 첫 번째 사업으로 추진할 만하다. 한편, 남한은 북한의 지재권 정보에 접근하여 그동안의 역차별로 인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여야 한다.

아울러, 지재권 남북 대리인 간의 접촉 절차가 전향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지재권 출원과 등록은 남북한 변리사 간에 수행되는 업무이다. 남한 지재권을 북한에 출원하기 위해서 남한 변리사가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하여 승인을 받은 후 연락해야 하는 현재의 절차는, 하루라도 먼저 출원일을  확보하려고 시간을 다투는 지재권업무의 성격과 동떨어진 것이다.

그밖에도 지재권의 용어 및 제도의 통일화를 비롯하여 지재권 남북협력의 과제는 산적해있다. 남북경협과 평화경제의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 지재권 남북협력의 기초공사는 서둘러 지금 첫 삽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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