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퇴장, 한반도 운명 바뀌나
볼턴 퇴장, 한반도 운명 바뀌나
  • 왕선택 YTN 통일전문기자
  • 승인 2019.09.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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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0일, 드디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오전 트윗에서 “지난밤 존 볼턴에게 앞으로 백악관으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 경질 가능성은 수개월 전부터 나왔기 때문에 충격을 안겨주는 뉴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반도 운명과 관련해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외교 분야 정책 관찰자들에게는 거대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아침에 느낄 수 있는 멍멍함을 제공했다.
볼턴 보좌관 퇴장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막아온 장애물을 점검하고,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다시 정리해서 우선순위를 재확인하는 것은 시의 적절한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볼턴, 19년 만에 한반도와의 악연 끝나

존 볼턴 보좌관은 1948년 11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생으로 올해 나이 만 71세다. 미국 예일대학교 학부를 최고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원도 졸업했다. 젊은 나이에 명석함을 인정받아서 30대 중반인 1982년에 미국 국제 개발처에서 부처장을 지냈다. 1985년에는 법무부 차관보를 거쳐 1989년에는 미 국무부 국제기구 담당 차관보를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01년 1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국무부 차관을 지냈고, 2005년 8월부터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역할을 수행하다가 2006년 12월 말 은퇴했다. 볼턴 보좌관은 2018년 3월 9일 70세의 나이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되면서 또다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9년 8월 10일 해임된 것이다.

볼턴 보좌관 퇴임에 대해 서울 또는 평양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가 한반도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2000년 11월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했고, 결국 대선 승리 공신이 됐다. 부시 후보 캠프에서 외교, 안보 문제를 담당한 참모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 네오콘 세력이었다.

이들은 미국의 국가 이익과 강대국 중심의 국제 정치 이론을 수용했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정책에서도 한반도 분단에 따른 특수한 여건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8년 동안 재임하면서 미국 외교 정책을 망쳐놓았다고 비난했는데, 대표적인 실책으로 제시한 것이 1994년 10월 북한과 체결한 비핵화 기본 합의문이었다.

실제로 2002년 10월 미국은 북한과의 어색한 대화를 진행하고 난 뒤에 북한이 비밀 핵무기 사업 존재를 시인했다는 이유를 제기하면서 기본 합의문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존재를 시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미 시인했다면서 기본 합의문 파기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한반도는 또다시 1994년 5월과 6월에 겪었던 전쟁 직전 위기로 되돌아갔고, 북핵 문제는 결정적으로 악화하는 경로로 들어섰다.

볼턴 보좌관은 2003년 7월 30일 서울을 방문해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나중에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or Denuclearization) 원칙으로 알려졌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 ‘완전한’의 의미도 모호하고, ‘검증’ 절차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돌이킬 수 없는’에 해당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였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가 미국 국내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CVID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로 자리를 잡았다. 즉, CVID에서 물러서면 북한에 굴종하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결국 CVID는 북핵 문제 해결의 최소 기준이 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인 만큼 북핵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악순환의 함정에 더욱 깊이 빠졌다.

볼턴 보좌관은 은퇴하기 전에 한 번 더 북핵 문제 해결의 장애물을 제공했다. 문제는 2005년 9월 마카오에 위치한 방코 델타 아시아(BDA) 계좌 동결 사태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이 은행에 동결된 자금 약 250억 원 인출 협조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북한과 미국 간에 극단적인 감정 대립 상황이 조성됐다.

북한은 결국 미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2006년 7월 5일 새벽, 다양한 종류의 탄도 미사일 7기를 잇따라 발사했는데 그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로 분류된 대포동 2호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무력 행위로 보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했다. 대응 조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로 북한에 대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체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항은 이후 10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진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의 선행 조항 역할을 수행했다. 이 조항은 한편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국제 사회의 단호한 거부 의지를 보이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고의적으로 위반을 자행했고, 미국 등 서방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이는 촉발 요인이 되면서, 북핵 문제 악순환의 주요 고리가 됐다. 이 시기에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대리가 바로 존 볼턴 보좌관이었다.

만약 볼턴 보좌관이 없었다면 북핵 문제는 다른 양상을 걸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핵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가 악순환의 함정에 빠지는 계기가 여러 차례 있었고, 그 중에는 미국에서 촉발된 것이 서너 가지가 있는데,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는 볼턴 보좌관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2001년에 시작된 악연이 2019년에 풀린 것이다.

 

트럼프 독단과 독주 가능성

미국 국내 정치 차원에서 볼턴 보좌관 퇴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부착하고 있었던 재갈이 풀린 것을 의미한다.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볼턴을 트럼프 대통령이 영입한 것은 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대체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외교, 안보 분야 무식쟁이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외교 문제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해 국민적, 세계적 불안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불식하기 위해 정권 출범 초기에 장성 출신 참모를 다수 영입해야 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제임스 매티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존 켈리, 그리고 맥매스터 보좌관이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영입되기 전에 이미 전직 장성 출신인 마이클 플린 보좌관이 있었지만, 그는 정권 출범 24일 만에 러시아 정보원과의 연루 의혹 등으로 경질됐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플린 보좌관의 빈자리를 메운 셈인데, 업무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 신임을 잃고 내내 경질 통보를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볼턴 보좌관이 임명된 것은 2018년 3월 9일인데, 이 장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해고를 결행한 것이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결심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선호했지만, 제대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8년 3월 8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권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권고를 수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력이 정확하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입증된 것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참모들로부터 문외한 취급을 받아온 것에 대한 원한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맥매스터 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고한 것이다.

볼턴을 채용한 이유도 거의 같다. 외교, 안보 문제에서 국내외적으로 불안감과 우려감이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옆에서 견제하는 재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볼턴을 해고하면 재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후임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제약이 생긴다. 그런데 후임자로 임명된 사람은 미 국무부에서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로 일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이다. 그런데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보다는 대통령 명령을 관철하는 임무에 충실한 의전 비서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자신의 개인 취향대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커졌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런 분석이다.

 

위상과 역할 격상한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위상과 역할이 격상한 것도 볼턴 보좌관 퇴장으로 파생한 현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 안보 분야 장관급 참모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조기 강판했고, 이들에 앞서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등도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에 반해 폼페이오 장관은 정권 초기 중앙정보국 CIA 국장으로 진입했고, 지난해 초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무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2년 반 이상 트럼프 대통령 신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국장 시절 부국장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처세 비법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관심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력자형 참모라는 점에 있다. 그렇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소망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자극하지 않고, 설득하는 조심성과 유연성을 갖추고 있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분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신과 협조하는 참모들을 후원하면서 결과적으로 자기 영향권을 확대하는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볼턴의 뒤를 이어 보좌관으로 벼락출세한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로 검토하던 사람 5명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1순위로 추천한 후보였다.

지난 7월 제임스 매티스 장관의 뒤를 이어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마크 에스퍼는 폼페이오 장관과 육군사관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역시 폼페이오 장관의 지도력에 적극 추종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폼페이오 장관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볼턴 보좌관이 퇴진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외교, 안보 분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부상하게 됐다.

미국 역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정책 결정과 관련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갖춘 사람은 닉슨 대통령과 포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헨리 키진저 장관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대부분의 국무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나 국방장관, 중앙정보국장 등과 갈등 관계를 이루면서 상당한 수준의 견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미국 외교 정책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판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위기를 기회로, 초당적·거국적 대응해야

볼턴 보좌관이 미국의 대북 정책 일선에서 19년 만에 퇴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담판으로 외교적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세 가지 변화를 조합하면, 다른 조건들이 모두 긍정적이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변덕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정치 계산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즉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아니라 파국으로 갈 가능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다른 변수는 무엇인가? 하나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상과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전략이 된다. 김정은 위원장 변수와 관련해서는 서울의 통제 범위를 일정 부분 넘어서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과 전략을 최고 수준, 또는 최적의 수준에서 마련하고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에서 제공한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최적의 방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볼턴 보좌관 퇴장을 계기로 시작된 토론의 마지막 질문은 서울에서 마련한 북핵 문제 해결 전략이 최고, 또는 최적의 수준인가라는 것이 된다. 현재로 봐서는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 전략은 야당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야당은 그럴 의사도 없고, 그럴 전망도 없다. 국내 정치 구도가 당파적으로 진행되는 조건에 영향을 받아 문 대통령은 외교 정책 추진과 관련해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를 거국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단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적극 협력했던 일군의 전문가 집단, 또는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연결된 검증되지 않은 극소수 전문가 도움을 받을 뿐이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당파적이고 편협하게 전개된다면, 미국에서 제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이 기회가 아니라, 정반대로 중대한 위험으로 다가온다고 가정했을 때 상황 관리에서 심대한 오류 발생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볼턴의 퇴장이 전례 없는 기회와 위험성을 가져왔다는 논의는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이 초당적이고 거국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논의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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