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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협상, 과거청산 바로잡을 기회”
“북일협상, 과거청산 바로잡을 기회”
  • 이재영
  • 승인 2019.08.2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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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일본 아베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의 대화는 단절하면서 북한과는 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홍구 교수는 “과거와는 달리 지금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일본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힘없는 한반도였고, 20세기 초반은 자기들의 식민지배했던 한반도였다"며 20세기 후반은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한반도였지만 이제 한반도는 당장 통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 과거처럼 약하지도 않기 때문에 일본은 강력하고 새로운 한반도 출현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베 총리가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통해 국교 정상화, 나아가 식민지 지배의 완전한 사과를 할 수 있을까. 

한홍구 성공회신학대 교수는 “일본은 1965년 조약과 같은 조건으로 북한과의 과거청산을 시도하거나 위안부 문제를 추가하는 선에서 끝내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일간 맺어진 1965년 굴욕 협상과는 달리 북한은 제대로 일본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또 북일 과거사 청산은 “배상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배 사과와 위안부, 강제징용, 원폭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일 간 과거청산 없는 미래 없다 

한 교수는 “1965년 국교수립 당시 우리와 일본의 경제력 격차가 30:1 가량 되었다. 이로 볼때 일본은 지금 북한의 경제력을 고려해 돈으로 해결하려 들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 수준이 낮다고 해서 북한이 1965년 한국과 같이 저자세로 일본과 교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7월 4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과거청산을 떠난 미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해설기사를 통해 “아직 가혹한 살인노동에 시달리다 희생된 유골이 수없이 발굴되고 있음에도 일본 반동 지배층은 강제징용 죄행을 공공연히 부정하고 있다.”며 “가소로운 추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한홍구 교수는 “북한과 일본이 수교를 한다면 그때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잘못된 조약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일본도 한일협정 때와는 조건이 달라질 것을 각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 민간 차원에서 ‘1965년 협정’의 사례를 분석하고 바로잡기 위한 협력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홍구 교수는 “19세기 말부터 가장 치열하게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 우리 민족이다. 드라마 ‘녹두꽃’에서 보듯 갑오농민전쟁 때 수십 만이 죽었다. 또 항일 의병운동, 독립군 항쟁, 3.1운동, 간도 학살, 관동대지진 학살, 조선인 원폭 피해 등으로 수백 만 명의 민족이 희생됐다.”며 "1965년 한일협정에서 다루지 못한 문제들을 북일 협상에서 반드시 거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완전한 외교 단절을 각오해야만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의 기본 틀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의 강제징용 소송은 국가간 협정을 뒤바꾸자는 차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65년 한일청구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었고, 한국 대법원이 ‘개인의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개인의 정신적 청구권 문제이며 이를 우리 대법원이 인정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도 인정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아베, 일본 극우세력의 가학사관 못 벗어나

문제는 일본 극우 세력이 1965년 협정으로 전후배상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교수는 특히 최근 아베 일본 총리는 1965년 한일협정의 막후에서 활동했던 세지마 류조의 역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세지마 류조가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은 아시아의 해방을 위해 싸운 전쟁이다. 백색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일본 덕분에 아시아 민족이 해방되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무슨 배상과 반성을 하느냐”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지마 류조는 일본이 2차대전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가학사관’을 확산시키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했다. 

지난 8월 6일 원폭 투하 74주년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위령식 참석 후 아베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국교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교수는 이 역시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으로서 명백한 가해자이고 전범 국가인데 아베 총리가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서도 평화국가 이미지를 코스프레하려 한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가 경제보복이 아니라면서도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삼아 일본 극우 세력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한홍구 교수의 진단은 일본 식민지지배의 잔혹성은 시기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과,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청산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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