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남북경협,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남북경협,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라
  • 이기영 기자
  • 승인 2019.08.23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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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대표의 경협 강좌

누구나 남북경협에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남북경협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남북경협은 나의 반쪽의 땅을 가보는 일이니까 일단 재미있는 일이다. 모든 사업이 위험요소가 있지만 남북경협은 다른 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낮다고 말하고 싶다. 잘 안 되면 관광갔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업이 이루어질건지 미리 상상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만 성실하게 계획을 준비해서 상대방에게 나의 구상을 모두 던져준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의향서를 보내면 답변이 온다. 답변이 왔을 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서 수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백그라운드나 인맥 없이도 북측과 교역이 가능할까?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려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일단 순수한 마음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 “북한은 이럴 것이야, 저럴 것이야”라는 쏟아지는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면 마음의 벽을 만들고 선입견이 되어 나 스스로 안경을 쓰게 된다. 내가 색안경 쓴 것을 상대방이 모를까? 어린아이도 다 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구나.”라는 믿음을 주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내가 순수한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안고 가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된다. 
내가 만났던 민경련과 민화협 이 두 단체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거짓말이나 말을 바꾸는 행위를 수용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보다 더 정직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돈과 배경이나 정치력이 아닌 정직함을 본다. 

 

북한의 거래 관행이 남한과 달라 실패한 사례도 있다.

어떤 제품을 선택했으면 반드시 남쪽 제품과 비교우위를 검증하고 물건을 골라야 한다. 가격과 품질이 떨어지지만 시장성이 있겠다 싶으면 반입하고, 아무리 비싸도 유통할 수 있겠다 싶으면 거래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남한시장과 똑같이 사업자가 판단할 몫이다. 북한산 저가 제품을 가져왔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 제품이 원가가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 '북한 제품이니까 동정심으로 팔아달라.'는 생각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북한은 자신들의 제품을 동정의 대상으로 봐달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거래를 한 번은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못 한다. 북한이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고 폭리를 취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역시 어깨너머 북한을 보고 온 사람들 이야기이며,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남북교역을 해 본 ‘중개상’을 통하면 더욱 안전하지 않을까?

주변에서 나에게 ‘중개선 루트’를 잡아달라는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중재나 알선을 해본 적이 없다. 큰 규모의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조차 중개선을 내세워서 사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북경과 연변, 단동은 골목 사이사이에 사기 당할 소지가 도사리고 있는 국제 첩보도시나 다름없다. “그 사람이 북쪽과 사업을 해봤다더라.”는 말을 믿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대화하면 문이 열린다. 책임질 사람은 북한 공식 기구인 민경련과 민화협이다. 높은 사람 안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정상 루트를 통해서 의견을 보내고 행동하면 절대 힘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경협은 이미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북한은 경직된 사회여서 거래가 쉽지 않다고도 한다. 

남한에서 뭘 하려고 해도,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경쟁이 없는 곳이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고가 철저히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 토대 위에서 시작하고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 또 '남북경협이 통일을 가로막는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신념화되고 철학이 되면 아주 위험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 지금부터 접근해서 알아보겠다는 자세로 일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북측 사람들이 경직되어 지시받은 일만 한다는 정보도 잘못된 선입견이다. 내가 만난 민경련 말단부터 대표까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명하복이 아니라 자주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그런 것들이 허용된다고 느꼈다. 

 

북측과의 거래는 ‘정치적’ 고려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남북경협을 하면서 북측 파트너가 나의 주장이 과도하다며 ‘불합리하다’고 나오기도 했다. 나는 “불합리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이런 경우는 절대 발생할 수 없습니다.”며 그들이 수긍할 때까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증명한다. 

그러면 그들은 수긍하고 토론한 결과를 나에게 보내준다. 거래관계에서 사리가 분명하면 이유 없이 일처리를 회피하거나 늦출 이유가 없다. 내가 거래한 북측 관계자들은 귀책사유랄까, 잘잘못이 분명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평가로 이어졌다. 잘못되어도 ‘유감’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은 ‘정치적’인 이유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당신이 이만큼 손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를 물어준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관계가 분명한 것이다. 진정한 대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런 순환이 계속될 때 남북경협은 남북문제 해결의 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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