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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과 남북협력① 】평화경제의 시작, 남북지식재산권 보호
【지재권과 남북협력① 】평화경제의 시작, 남북지식재산권 보호
  • 이승룡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남북 지식재산권 교류협력 특별위원장
  • 승인 2019.08.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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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기 전의 독일은 동서독 간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1970년 3월 19일 제1차 정상회담 이후 20년 뒤인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뤘다. 통일 전 1년 사이에는 3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남북한은 2000년 6월 13일 제1차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지난해 3차례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5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제1차 정상회담 이후 20년이 되는 내년까지 생각한다면, 남북한도 독일만큼 정상회담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정상회담의 횟수만을 놓고 본다면, 남북한의 관계는 통일을 이룬 독일만큼 긴밀하게 발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상회담과 별개로, 독일은 통일되기 전에 특허, 디자인, 상표와 같은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통일되기 전이었던 1990년 초여름에 동서독의 산업재산권 확장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토론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후 독일산업재산권 및 저작권보호협회와 법무부의 약 2년 간의 검토과정을 거쳐 1992년 5월 1일에 산업재산권확장법이 시행됨으로써 통일 독일 전역에 하나의 제도가 적용될 수 있게 되었다. 

특허, 상표와 같은 지식재산권은 통일 전부터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독일에서 다루어진 것이다.

독일만이 아니라, 과거에 미국이 경제협력을 논의하면서 구소련에게 요구하였던 첫 번째 과제 중의 하나가 특허와 상표제도의 서구화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일과 경제협력이 정상궤도에 오르기에 앞서 우선순위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 지식재산권의 문제인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후 애플은 60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고, 지난 6월 30일에는 판문점에서 세 번째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북미 정상이 만난 이 기간 기간 동안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애플(Apple)은 WIPO를 통한 국제상표등록의 절차를 이용하여 북한에 60건의 상표출원을 새로 하였다. 

또한 Apple의 상표출원은 북한에서 정상적으로 심사되어 등록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외에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 대북제재강화법에서는 북한에서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거나 권리행사를 하는 것을 오히려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북한 내 특허, 상표, 저작권이나 기타 지식재산권에 관련된 거래는 모두 허용되고, 이러한 지식재산 서비스에 대해서 북한 사람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승인된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주도하면서도 미래의 북한시장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서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남북한은 지식재산권의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협력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의 진전이 없다. 1992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특허권, 상표권 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2003년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는 남북이 서로 투자자산을 보호하기로 하면서 ‘투자자산’에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포함시켰으나, 이러한 합의내용은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Apple이 한 것처럼 남한의 기업도 WIPO를 통하여 북한에 국제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에 출원된 남한의 국제상표등록 90건 중에서 등록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북한은 형식적으로는 상표법 규정을 들어 등록을 거절하고 있지만, 남한에서 출원된 것이라면 모두 거절시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더욱이, 2012년 북한 상표법에는 북한을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에서 신청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남한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과 미국이 우선순위로 다루었던 지식재산권의 문제를 남북한도 이제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남한의 특허는 북한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에 유럽에서는 유럽통합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시작되었다. 첫째는 평화를 보장하고, 둘째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사상적 배경을 토대로, 1952년에 만들어진 ‘유럽 석탄 및 철강공동체’(ECSC)가 1958년에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 및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와 통합된다. 

이후 1987년에 ‘유럽공동체’(EC)로 발전된 후에 1993년에 ‘유럽연합’(EU)이 창립되었다. 유럽연합에서는 상품, 서비스, 사람,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하나의 공동시장을 완성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서는 하나의 유럽연합 시장에서 하나의 제도로 상표와 디자인을 등록시키고 보호한다. 

즉 유럽연합에서 보호되는 상표와 디자인이 적용된 상품들은 국경이 없는 하나의 유럽연합 시장에서 자유로이 유통됨으로써, 유럽연합이 실질적으로 완전한 경제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남북한이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한반도가 평화경제 번영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은 남북한 경제협력의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한의 기업과 정부가 안심하고 북한에 투자할 수 있고, 또한 남북한 간에 더욱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한 기업이 신기술로 개발한 제품은 북한에서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고, 남한 기업이 오랫동안 명성을 축적한 브랜드는 북한에서도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특허와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만 남한 기업이 북한에 특허와 상표 제품의 생산시설을 짓고 유통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만일, 북한에서 특허와 상표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은 물론 제3국도 북한에 진출하여 남한에서는 보호되지만 북한에서는 보호되지 않는 신기술 특허와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마구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게 된다. 남한 기업의 투자를 보장해주고 남북한 간에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로써 남북한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보장되어야 한다. 남북한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의 선결과제이다.

남북 지재권 통합 없이는 경제권 통합이 어렵다 

남북한 지식재산권 보호는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지체되면 될수록 문제가 커진다는 관점에서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첫째, 남북한은 각각 특허, 디자인,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여러 국제조약에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가입하고 있는 체약국이다.

남한의 지식재산은 북한에서 등록되지 못하고 있는데, 만일 다른 체약국의 기업이 남한 기업의 상표와 유사한 것을 북한에서 등록받아준다면 남한 기업은 자신의 상표를 북한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지식재산권은 국제조약을 통해서도 보호받는 권리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지식재산이 서로 정상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속히 찾아야 한다.

둘째, 북한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남한 기업의 상표는 북한에서 영원히 보호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상표는 등록 후 10년간 보호되지만 계속해서 갱신될 수 있기 때문에 상표권은 반영구적인 권리이다.

또한 지금까지 북한에 출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북한에서 특허를 보호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훌륭한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북한의 특허권 존속기간에 해당하는 향후 15년간 북한에서 아무나 남한의 신기술 제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당장은 북한 주민의 구매력이 약하다고 할지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향후 15년의 시간은 오늘도 계속해서 새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남북한의 지재권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한, 남한과 북한의 시장은 서로 다른 나라의 별개의 시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재권은 시장을 구분하는 울타리의 기능을 갖는다. 

지재권의 보호가 두터우면 타인의 위조 상품과 침해상품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나의 시장을 튼튼히 지키는 방어벽이 된다. 반대로 내가 생산, 판매하는 제품과 유사한 특허와 상표가 타인에 의해 등록되어 있다면 지재권은 나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남북한의 지재권 제도가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면, 8천만의 한반도 시장은 성립하지 못하고 5천만의 남한시장과 3천만의 북한시장으로 분할될 수밖에 없다. 평화경제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전쟁을 회피하겠다는 발상에서 태동한 유럽연합이 경제통합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하나의 시장을 지향하는 지식재산권제도의 연구와 시행이 자리하고 있다. 

평화경제의 3층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남북경협이라는 2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층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힘차게 견인할 수 있는, 1층의 남북한 지재권 보호는 견고하면서도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갑작스럽고도 신속하게 진행되었던 독일 통일의 과정에서도 2년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떠올릴 때, 남북한 지식재산권 협력의 문제는 평화경제의 최우선 과제로서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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