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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왕선택 기자의 시사 줌인 】북한 외교 개편, "벼랑끝 외교로의 귀환"
【YTN 왕선택 기자의 시사 줌인 】북한 외교 개편, "벼랑끝 외교로의 귀환"
  • 왕선택 YTN 통일전문기자
  • 승인 2019.08.2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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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파의 압박에도 대화로 남북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문대통령의 구상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가 진행될수록 남북 경제협력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남과 북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만 내세우고 북한을 무기력한 종속 변수 취급을 하는 남한 중심주의 오류도 부작용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왕선택 기자는 이 글에서 북미협상이 진전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북한 외교의 변화에 전략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2019년 8월 16일 오전 8시 1분, 북한 강원도 통천 지역에서 미상의 발사체 1발이 솟구쳐 올랐다. 발사체는 동해 동북방으로 235km를 날아가 1분 53초 만에 목표물인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 무인도 알섬을 타격했다.

15분 뒤 같은 곳에서 또 한 발이 같은 경로로 발사돼 알섬에 다시 한 번 검붉은 폭연을 만들어냈다. 발사체 정점고도는 30km, 비행속도는 마하 6.1로 기록됐다. 

다음 날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미상 발사체는 한국군과 미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지대지 유도 미사일과 유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로 추정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5월 4일 이후 8번째 전술 유도 무기 시험 발사였다. 남측 국민들은 물론 대북 관여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심대한 불쾌감을 자아냈다.

특히 앞선 미사일 발사에 비해 이날 발사는 더욱 뼈아픈 의미가 있었다. 미사일 발사 2시간 앞서 발표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 때문이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극단적인 조롱 표현을 사용해 남북 관계 전망을 암담하게 만들었다.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 ‘아래 사람들이 써준 것을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당국자’,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의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불쾌감 크기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더욱 우울한 상황이다.

대북 강경 정책을 요구하는 보수 진영 요구를 외면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해온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어떠한 대응도 하기 어려운 참담한 지경에 빠져버렸다. 

이런 장면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가 맞잡은 손을 높이 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행진을 약속하던 장면과 정면 충돌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남북 경제 협력과 교류가 곧 대폭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더불어 실망과 슬픔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실망감으로 자포자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상황 반전의 변수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정책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법이 될 것이다. 

하노이 회담 정책 검열과 실패한 통일전선부 협상 전략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거대한 한반도 안보 정세 격변 상황이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뀐 순간은 지난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종결된 순간이었다.

지난 3월 15일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던 김정은 위원장은 열차 안에서 ‘하노이 회담과 같은 협상을 또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열차 여행을 왜 또 하겠는가?’라면서 실망과 회의감을 피력했다. 

최고 지도자의 회의감은 3월 내내, 그리고 4월 초까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책 검열로 이어졌다.

검열 결과는 4월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4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4월 11일과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전체회의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로 어느 정도 윤곽이 노출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남북 대화는 물론 미국과의 협상을 총괄하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당 부위원장이 통전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영철 부장 퇴진은 4월 10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영철 부위원장과 같이 하노이 회담 일정에 참가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은 승진 가도를 달리면서 대조를 이뤘다.

최선희 부상은 4월 10일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정위원으로 지명됐다.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은 초고속 승진이었다.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편입됐고, 외무성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 

리용호 외무상 위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 시정 연설에서 대외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언급을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고 일방적으로 미국 요구만 관철하려고 한다면 대화할 생각이 없지만, 올바른 자세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상태라면 회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김영철 부장이 퇴진하고 통전부 간부들이 외부 행사에 나오지 않는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이 통전부에 있다는 결론이 정책 검열에서 나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 따라 통전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외되는 조치를 받았고 통일, 외교, 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도 외무성에 넘겨줬다.

외무성 중에서도 최선희 제1부상은 과거 김양건 대남 비서가 맡았던 외교 분야 최측근 참모 위상과 권한을 이어받았다. 

특히 외무성 간부들이 문책 대상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정책 주도권을 확보한 것은 하노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외무성이 통전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회담 결렬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외무성 약진, 벼랑끝 외교도 복원 

2011년 12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대외정책 분야 최고 참모는 오랫동안 통일전선부장이었다.

2012년과 2013년 말기까지는 외교 분야 주요 참모는 두드러지지 않았고, 단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영향력이 상당한 조언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2일 장성택 처형을 앞두고 삼지연 지역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비밀 회의에 참석한 이른바 삼지연 8인방이 떠오르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김 위원장 친정 체제가 구축되고 분야별 측근 참모가 생겼다. 통일, 외교, 안보 분야도 삼지연 8인방의 한 명인 김양건 당 대남 비서 겸 당 통일전선부장이 득세했다. 

김양건 비서 약진으로 통전부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외정책을 총괄하고 주도하는 부서로 자리를 잡았다. 김양건 부장이 2015년 12월 의문의 교통 사고로 사망한 이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통전부장 자리로 들어갔다.

김영철 부장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재개하는 상황은 물론 이후 미국과 협상을 하는 국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분야 최측근 참모로 대외정책 주도자 위상을 굳혔다. 

통전부가 2013년 말 이후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는 사이에 외무성은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4년 4월, 김정은 위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외무상이 됐지만, 외무성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변화는 없었다.

2016년 5월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외무상으로 승진했지만 역시 의전 차원의 업무 이외에 핵심적인 대외 정책 수립이나 집행에서 뚜렷한 역할을 한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2019년 4월 외무성이 북한 대외정책의 전면에 나선 것은 북한 외교사에서 특기할 만한 중대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외무성이 북한 대외 정책을 주도한다는 것은 외무성의 고유한 업무 특성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의 업무 특성은 벼랑끝 외교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간명하다.

벼랑끝 외교는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이 자주 사용하던 외교 전술의 하나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금방이라도 전쟁과 같은 파국이 발생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극단적인 협박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압박한다. 

북한 외무성의 벼랑끝 외교에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상대방을 협박하는 상황은 물론 버티기와 달래기, 숨기기, 속이기 등 다양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둘째 매우 계산적이고 작위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담화 하나를 내도, 미사일 한 기를 쏴도 연극 연출을 하듯이 세밀한 각본 분석과 철저한 계산이 선행돼야 한다. 협상장에서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겁박을 하거나 인간적인 호소를 하는 것도 연극배우처럼 사전에 준비된 각본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차원으로 간주해야 한다.

셋째, 정전체제에 기반한 북미 양자 담판 구도를 고수한다. 미국을 담판 상대로 인정한다는 말은 남한을 미국에 종속된 한 등급 아래에 위치한 체제로 보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중반에는 이것이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나타났고, 올해는 통미배남(通美排南)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외교가 처음에 벼랑끝 전술을 채택한 이유는 1990년 전후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대한 역경에 처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환경에 반응한 것이다.

1990년 9월 옛 소련이 한국과 수교 협정을 체결했고, 1992년 7월 중국이 한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북한의 고립 상황과 위기 의식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런 환경에서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 정부는 1992년 말까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공존을 추진했고, 북한도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기본 합의문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전개하자 극단적인 반발에 나서면서 벼랑끝 외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1993년부터 1994년 10월까지 강석주 외무성 부상이 주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벼랑끝 외교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핵 관련 시설 폐기가 아니라 핵 시설 동결로 처리하고 상응 조치로 경수로 2기 건설과 중유 공급을 약속받은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인 협상 전략을 채택하고 애국적이고 용감하며 지혜로운 협상 대표들의 노력으로 성과를 거둔 모범적인 사례로 선전하고 있다. 

벼랑끝 외교, 기회 요인도 있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협상 상대에 대한, 때로는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극단적인 협박과 기만 전술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이른바 북한과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윤달 합의를 맺었던 미 국무부 소속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합의 6주 만에 북한이 우주 로켓을 발사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바보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2012년 2월 29일 합의에서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북 영양 지원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겠지만, 평화적 목적의 우주 로켓 발사를 중단한다는 약속은 한 적이 없다면서 4월 13일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올해 여름 들어서 북한이 보여준 벼랑끝 전술도 북한의 악명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남북 군사 합의서가 채택됐는데도 연속적으로 탄도 미사일이나 신형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극도로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추접하고 상스러운 욕설 수준의 저급한 조롱 표현을 공식 담화문에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벼랑끝 외교를 시작한 만큼 북한과 협상하는 미국 대표들은 물론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글린 데이비스 대표가 경험했던 당혹스런 순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벼랑끝 외교 복귀가 반드시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북한 외무성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반면에 통일전선부의 경우는 남과 북의 분단 구조 속에서 남측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상황에서는 나름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독자적인 협상 전략을 세우는 것에 한계가 있다.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측 당국의 제안을 참고해서 협상 전략을 세우고 추진했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전부가 과거 미국과의 협상을 해본 적이 없고, 고민한 적도 없는 만큼 협상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또 과거 국방위원회 시절 대외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했던 군부 또는 당 출신 고위 간부들은 군사적, 정치적 분야에서 체제 수호 전략에 집중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외무성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매우 거친 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물론, 합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벼랑끝 외교가 지속되는 한 남북 경제 협력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만 벼랑끝 외교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계산적, 작위적 행동인 만큼 북한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제적, 외교적 유인책을 제시한다면 순식간에 태도를 돌변해서 과감하게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벼랑끝 외교는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극단적인 협박을 통해 양보를 받아내는 전술이기 때문에 양보를 받아냈다고 생각하면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오히려 바꾸는 속도나 태도 역시 극단적으로 빠른 것도 벼랑끝 외교의 일부다.

또한 북미 협상에서 구체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 사업을 적절한 명분과 실리를 제공하면서 추진한다면 북측이 호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모든 긍정적 전망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특성과 목표를 이해하고 북한에 기대감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명분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외교적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근본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만약 북한 특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남과 북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만 중시하면서 북한을 무기력한 종속 변수 취급을 하는 것은 이른바 ‘남한 중심주의’의 오류에 빠지고 부작용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남한 중심주의에 빠져 그저 북한을 비난하고 규탄하거나 설교하고 훈계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략적 접근과는 상관이 없고, 단지 자승자박의 함정에 빠지는 셈이 될 것이다. 

남한에서 오는 규탄과 훈계에 대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북한 주민들도 고분하게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삶은 소대가리’나 ‘겁먹은 개’ 수준을 넘어서는 저급한 욕설을 쏟아내면서 반발할 것이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도 요원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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